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영 Mar 24. 2017

놓치지 않는 사랑을 하는 법

2017년 3월 24일, 예순여섯 번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물건을 사랑하는 일과 다르다.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면, 사람은 실존하지만 물건은 실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존하는 존재에 대한 대우는 특별해야 한다.

이유 있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사랑이다. 당신은 그 사람을 물건취급하고 있다.

물건은 용도가 정해져있다. 그 용도에서 벗어난 물건은 가치를 잃는다. 의자인데 앉을 수 없으면 버리는 길 밖에 없다. 사르트르는 그 용도를 본질이라 부른다.

반면 사람은 정해진 본질이 없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대로 자기 모습을 결정한다. 돈을 잘 벌어와'야 하는' 사람이나 행복을 주어'야 하는' 사람,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제멋대로 살고 있다. 이런 존재방식을 실존이라 부른다. 사람에게는 언제나 실존이 본질을 앞선다.

긴 머리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다면 긴 머리는 그녀의 본질이 된다. 그녀가 대뜸 머리를 싹둑 잘라 왔다면, 나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 이런 사랑은 본질적 사랑이다. 본질적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나의 기호 안에 가둔다. 그 경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나는 사랑을 거두고 혐오를 쏟아붓는다.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다.

이유 없이 사랑해야 한다. 그냥 그녀가 좋아서 그녀의 긴 머리마저 좋아졌다면 실존적 사랑이다. 이런 사랑에서는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수밖에 없다. 10cm '죽겠네'라는 노래 가사에 나왔듯이, 어쩔 줄 모르게 모두 사랑스럽다. 왜 좋냐고 물었을 때 딱히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다 좋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런 사랑을 보여준다면 놓쳐서는 안 된다. 반대 관계도 성립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런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지 말고 읽자: 글에서 핵심 뽑아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