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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Jun 29. 2021

나의 면접울렁증 극복기

중증 울렁증을 가지고 은행, 대기업 면접 뚫은 노하우 3


요즘 면접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이런 저런 문의가 많다. 기본적인 태도부터 다양한 면접 질문에 대한 팁을 묻는 취준생들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가장 마음이 가는 취준생들은 바로 면접 울렁증에 고통 받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 중 일부는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면접에 임하지만 이 죽일 놈의 울렁증 때문에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안타깝다. 마음이 아프다. 준비한 내용을 얘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떨어질 때의 허탈함, 그리고 자괴감.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그런 면접 울렁증의 당사자였기 때문에.


취준 시절 후회도 많았다. 학교 다닐 때 조별 과제 발표라도 열심히 해볼 걸.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없었다 보니 모르는 사람 앞에서 보는 면접이 낯설고 불안하고 어려웠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준비한 내용들도 면접관 앞에만 가면 머리가 하얘져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억이 나도 염소처럼 목소리가 달달 떨리기 일쑤였다. 이랬던 내가 어떻게 대기업, 은행 등 수차례 면접에 붙을 수 있었을까? 마음고생 심한 취준생들에게 나만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1) 면접 준비는 실제 면접과 같이

아마 대부분의 취준생들에게 면접은 암기 과목과 같다. 주요 질문에 스크립트를 작성해 숙지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 암기과목 준비하던 것처럼 손으로 써가며 외운다거나 혹은 속으로 읽어가며 새기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실제 면접장에 들어가 답변을 하다보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더듬고 끊기고 책 읽는 것같은 어색함까지.

이런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는 취준생들은 면접 준비를 실제 면접과 같이 해볼 필요가 있다. 나같은 경우 학교 빈 강의실에서 면접장이라 생각하고 자세를 갖춰 앉아 큰소리로 여러 번 답변을 반복해보며 준비했다. 해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큰소리로 답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단박에 느낀다. 작게 얘기할 때에는 어려움 없이 나오던 말들이 큰 소리로 얘기하면 호흡이 끊겨 어색하게 된다. 또한 글로 쓴 스크립트의 어색한 문어체 부분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소리의 마법이다. 반드시 면접 전 최소 다섯번 이상은 큰 소리로 직접 얘기해보자.


2) 면접 전 입을 풀어라

자잘한 노하우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에겐 가장 강력한 도움이 되었던 방법 중 하나이다. 면접 전 입을 푸는 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나는 실제 육성으로 대화를 나누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게 제일 정상인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면접 들어가기 직전 당시 여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주제는 관계 없었고 실제 내 목소리를 내며 긴장을 풀어주기만 하면 됐다. 이 방법을 비웃는 이도 있겠으나 실제 한번 써먹어 보면 깜짝 놀랄 효과를 겪을 것이다. 보통 면접이 오전에 잡힌 경우가 많은데 면접 전까지 제대로 된 목소리 한번 내지 않고 면접장에 들어가 1분 자기소개를 한다면 성대가 채 풀어지지 않아 목소리가 떨리는 등 제대로 된 발성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첫 마디에 당황하면 그 면접은 보나마나이다. 오후 면접도 마찬가지이다. 면접 들어가기 전 1-2시간은 보통 조용히 자기 면접만 중얼거리며 준비하기 쉬운데 그러다 큰 코 다친다.

꼭 자연스러운 대화로 목을 풀어주자. 다시 말하지만 대기장에서 큰 소리로 하는 발성 연습, 티 나게 입술과 혀를 풀어대는 웜업보다 훨씬 정상적이며 단기간에 좋은 효과를 가진 방법이다.


3) 울렁증은 나의 힘

사실 위의 방법들로도 면접울렁증이 완치가 안되는 취준생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분명 이전과 달리 크게 좋아졌음에도 면접장에만 들어가면 뛰어대는 이놈의 심장은 끝내 가라앉지를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기업에 줄줄이 합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금 회사 역시 단 1명을 뽑는 자리였음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마지막 처방이자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바로 인정이다. 나는 면접에서 남들보다 더 떠는 사람이고 그럼에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첫 회사였던 모 은행의 임원면접 당시 나는 누구보다 떨었고 심지어 대여섯개의 질문 중 두개에는 대답조차 못했다. 누가봐도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그 면접에 붙은 후 당시 면접관을 만나 나를 합격시킨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은 진정성과 준비된 정도였다. 비록 놓친 질문이 있었으나 그간 쌓아온 경험을 자소서 등에 풀어낸 방법이 훌륭했고,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완벽했으며 면접장에서의 다소 긴장한 태도가 오히려 진정성 있어 보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합격을 확신했던 아나운서 준비생st 옆자리 지원자가 탈락한 이유는 바로 진정성과 간절함의 부재였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그렇게 극복하려고 했던 울렁증이 한편으로는 합격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내 울렁증을 받아들였다.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단지 그 회사가 나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면접을 담담히 준비했다. 그 결과 수차례 면접에 붙었고 지금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물론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뛰는 심장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바를 잘 이야기하고 나올 수만 있다면, 그 내용이 상대방에게 전달만 된다면 취업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면접장에서 떨고 안떨고가 아니라 어떤 준비를 해왔고 어떻게 풀어내느냐이다. 그 부분에 집중하면 연예인은 못돼도 취업은 할 수 있다. 우리는 유재석이 되기 위한 관문이 아닌 직장인이 되기 위한 관문에 서 있음을 명심하자. 이건 할 수 있다.

(유튜브 캐치티비에 놀러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캐치TV 철수의 무료 취업리딩방 https://open.kakao.com/o/gDTinB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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