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이해 못하는 자소서는 이제 그만
취준생 오카방에서 간만에 장문의 일갈. 엊그제 취준생들이 보내준 자소서 하나씩 읽으며 쌓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자소서가 바로 어려운 자소서이다. 어려운 자소서는 보통 '어설프게' 아는 취준생들이 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쓰다 보니 본인도 쓰고나서 뭔 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 뭔가 '있어 보이는' 내용들을 대충 나열하듯 쓰고는 오, 잘 쓴 거 '같아'. 인사팀은, 현직자는 알겠지 ㅎㅎ 굿. 제출 ㅇㅇ. 보통은 이런 테크. 결과는 탈락.
제발 이러지 말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소서는 인사팀/현직자도 이해하지 못한다. 제출하기 전에 읽어보고 뭔가 말이 안된다, 혹은 아 어렵다 싶으면 다 지우고 다시 쓰는 한이 있어도 제출해선 안된다. '너무 쉽게 쓰면 없어 보일 거 같아서요...' 아니. 당신은 쉽게 쓸 수 있을만큼 알지 못하거나 쉽게 쓸 수 있는 작문능력이 없는 것이다. 좀 더 공부하거나 아니면 여타 합격자소서를 보며 작문 연습을 하길 추천.
그리고 솔직히 말해 '더' 공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이다. 신입 지원자로 합격하려면 기업을 얼만큼 알아야 할까. 얼마나 깊이 그 기업을 알아야 할까. 정답은 없으나 분명한 건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수준보다는 확실히 덜 알아도 된다. 단언컨대 지극히 기본적인 내용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어려운 내용을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낫다.
지원자의 70%는 그 기업/시장의 기본적인 부분조차 알지 못하고 20%는 어설프게 알면서 과시만 한다. 결국은 이 10%의 싸움. 한편 기업분석/직무분석은 여러분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해당 기업/직무에 전문성을 드러내기 위한 데 있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대충' 1)뭘 하는 기업이고 2)현재 어떤 상황이고 3)미래 어떻게 되고자 하는지. 이 세 가지를 한 두 문장씩 정리해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너무 간단하다고? 지금 작성중인 기업에 대해 이 정도로 애기할 수 있나?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것조차 하지 않는 취준생이 과반 이상임을 잊지 말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최근 본인이 지원했다 떨어진 자소서를 다시 꺼내 읽어보자. 어떤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는가? 어쩌면 여러분이 탈락한 이유는 자소서를 '어설프게 어렵게' 써서 일지 모른다. 조금 눈높이를 낮추고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자. 덜어내는 것도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