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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Jul 18. 2021

모든 취준생은 훌륭하다

이 시장의 선수이자 감독인 그들에게 감히 전하는 짧은 조언


나는 나름 취준생활을 길게 보냈다.

첫 취업은 한 학기 만에 됐으나 이후 현 직장에 자리잡기까지 4년 여 시간동안 취업준비생의 삶을 살았다. 물론 잠깐 들어갔다가 나온 직장도 있었고, 붙었는데 가지 않은 회사도 몇 군데 있었지만 자의든 타의든 취준을 꽤나 오래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취준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 취업 준비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그 준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있다. 그래서 조급해지고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오늘은 과거의 나와 같이 지친 취준생들, 그래서 취업 컨설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짧게 글을 남긴다.


평소 운동 경기를 즐겨본다. 주로 NBA. 처음에는 단순히 화려한 플레이가 눈에 들어오지만 좀 보다 보면 각 팀의 전술에 눈이 가기 시작한다. 공격적인 전술의 팀, 수비적인 전술의 팀. 무전술의 팀. 나름 오랜 시간 보다보면 결국 우승하는 팀의 공통점은 좋은 선수, 좋은 감독 이 둘의 조화다. 시덥잖게 뻔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여기서 좋은 감독은 얼마나 경기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느냐가 아닌가 싶다. 좋은 전술만으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가장 좋은 전술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선수들과 전술이 얼마나 잘 맞느냐, 그리고 상대팀의 전술, 경기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전술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농구얘기냐 하겠지만 이러한 논리는 취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무조건 취업되는 법이 있을까. '이렇게 하면 모든 기업에 취업된다', '이렇게 하면 XX그룹에 붙는다' 이런 법칙이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말을 하는 취업 컨설턴트가 있다면 사기죄로 경찰에 신고하라 말할 정도로 수강을 말리고 싶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대부분 내세우는 건 본인의 화려한 전직장 경력이다. 전직 xx인사팀, xx그룹 출신 등등. 이러한 경력을 기반으로 이렇게 취업해라 저렇게 취업해라 말한다. 예전엔 이들을 부정하고 비난했지만 이제는 이 시장을 인정하고 또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시장 이해도이다. 그들은 너무 합리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하는 것이 맞고 저 질문에는 저렇게 답변하는 것이 맞다.와 같은 수학 공식같은 논리가 과연 지금 취업하는 데 얼마나 유효할까.


일반적으로 취업시장에서는 취준생 본인이 감독이자 선수이다. 대부분의 본인이 전략을 짜고 본인이 직접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본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직접 쓰고 떨어지고, 직접 답변하고 떨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본인만의 노하우를 축적한다. 그리고 새로운 전략은 이 노하우에서 나온다. 같은 경험이라도 이 회사, 저 회사는 다르게 어필해야 하고, 면접장 분위기에 따라 톤앤매너도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 취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감독을 자처하는 취업컨설턴트들은 얼마나 이 경기의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이 실제 선수들과 호흡하고 몸 부딪히고 승리를 이뤄낸 경험은 언제였고 얼마만큼이었는가. 취업 못하는 취준생들을 단순히 본인의 컨설팅만으로 취업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의 확신은 무지인가 상술인가 진심인가.


모든 취준생은 훌륭하다. 그 어떤 취업 컨설턴트보다 취준생이 훌륭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직접 지원하고 면접을 경험한 선수는 바로 취준생 뿐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취업컨설턴트들이 취업한 당시의 환경은 지금과 상이하다. 인적성이 없었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면접이 구조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AI면접은 당연히 100%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취업시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감독이 확신을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전술의 유효성은 어느정도일까.


감독이 얼마나 경기를 이해하고 유연하게 전술을 운용할 수 있는가. 이 명제는 취업시장에서도 유효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취업 준비를 병행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취준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취업 시장에서 취준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감독은 누구인가. 반대로 귀 닫고 오만하게 본인의 취업 노하우만을 역설하는 감독은 또 누구인가. 나는 어떤 감독이 될 것인가.

(유튜브 캐치티비에 놀러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NBA 피닉스 선즈의 몬티윌리암스 감독 - 선수와 경기를 이해하는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시즌 NBA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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