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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Dec 14. 2021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판기 이론을 아시나요


오늘 아주 반가운 카톡을 받았다.

우리 방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던 취준생 친구가 원하던 기업에 합격을 했고 이렇게 개인톡으로 치킨 선물을 쐈다. 일단은 그 친구가 노력한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기뻤고 거기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한 것에 또 한번 기뻤다.


그렇다면 저 치킨. 어떻게 됐을까?


받았다. 그것도 아주 감사히. 사실 내가 그 친구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냐 하면 아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크고 작은 내 조언과 정보 공유에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표현을 용기 내 해줬다. 나는 이러한 보은을 거절하지 않는다. 상대가 취준생, 학생, 혹은 한참 어린 친구일지라도.


내 대원칙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그리고 이 대원칙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더 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과 오래 함께 시너지 내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친구건, 선배건, 나보다 아주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건 나에게 밥 or술 을 사주면 2차는 꼭 내가 대접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회사 부장님, 이사님이 나에게 밥을 사면 차는 무조건 내가 산다. 내가 부자여서가 아니다. 내 주변에는 대개 나보다 부자인 경우가 많다. 그게 나같은 사람에게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내준 데 대한 기본적 예의이고, 나아가 이런 기브앤테이크로 또 한번의 턴(turn)이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좋은 감정과 시간, 에너지가 여러 차례 오가면 서로의 인생에 좋은 시너지가 눈덩처럼 커지리라 믿는다.


물론 원래 나도 이런 성격의 인물은 아니었다. 중산층 언저리에서 주변 친구들이 나름 치맛바람 센 지역 출신이다보니 그 친구들과 함께 그야말로 서울 깍쟁이로 자랐다. 내 것이 가장 중요했고 남과 나누면 내 밥그릇이 작아진다 생각했다. 남에 대한 호의와 선의는 촌스럽고 쿨하지 못해 보였다.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친구들이 다 그랬다. 무려 얼마전까지.


그러던 중 작년 운 좋게 선한 영향력과 긍정적 사고를 기반으로 나와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종교, 다단계 아닙니다-조금씩 변하게 됐다. 이후 의식적으로라도 이런 습관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짧은 시간이지만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종교-다단계와는 관련 없다. 그냥 아주 순수한 친목 관계이다.


그 과정에서 오랜 친구와 멀어지는 일도 생겼다. 무려 20년이 넘은 친구였지만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며 본인보다 잘 된 사람들을 헐뜯고 시기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모습, 그리고 본인의 손해와 희생은 감수하지 않고 나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모습을 '또' 목도하며 정리를 결심했다. 마지막 만남에서 매번 장난만 치던 우리 사이에서는 이례적으로 진지하게 조언을 전했으나 그 친구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글이 길어졌으나 아무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원칙을 주변인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 보은하는 모든 이들의 사례를 난 사양치 않는다. 그리고 나도 다시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고민한다. 돈을 내야 음료가 나오는 자판기처럼 세상은 정직하다. 나의 선의가 또 다른 선의로 돌아올 것이다. 매번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유튜브 캐치티비에 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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