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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bre Aug 07. 2019

샌프란시스코에 언니가 산다 #7

미국에서 잘 먹고 잘 지내기

미국의 대표적인 브런치 - 팬케이크, 에그베네딕트, 크램차우더

52. 미국 음식은 소문대로 짜고 기름지다. 아일랜드 브런치카페에서 일할 때도 사람들이 소금을 들이붓다시피 뿌릴 때 경악했었지만 서빙되는 음식 자체는 간이 세거나 짜지 않았는데 이 곳은 주방에서 나올 때부터 기름에 잔뜩 절어 소금기름이 줄줄 흐르는 음식을 받게 된다. 미국인들은 거기에 또 한 번 소금과 후추 간을 한다. 주식은 고기와 밀가루, 그러니 세계에서 비만율이 1위일 수밖에 없다. 양은 또 어찌나 많이 주는지 파스타 같은 걸 시키면 1인분이 서가앤쿡 파스타마냥 한 접시 가득 나온다. 그런 식당이 대부분인가 하면 요즘 젊은 세대한테 핫하다는 식당은 웰빙을 컨셉으로 적당한 간에 건강한 음식을 팔고 있는데 그건 또 양이 쥐똥만큼 나온다.


53. 외식 한 번 나가면 둘이서 4-50불이 그냥 나온다. 샌프란시스코라서 특히 더 그렇다.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팁 문화도 외식 물가에 크게 한몫한다. 점심시간이나 가게가 작은 경우에는 10~15%정도 내도 괜찮지만 저녁 시간에는 2~30%가 기본이다. 40불어치를 먹었다고 치면 거기에 tax가 10%정도 붙고 그 가격에 다시 팁이 20% 추가돼서 최종적으로 53불을 내게 되는 것이다.


54. 대신 식료품이 정말 싸다. 농산물은 한국보다 훨씬 싸다. 고속도로 탈 일이 있을 때마다 양쪽으로 보이는 농장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농장 하나가 5분 넘게 이어진다. 10분 넘게 이어지던 소 농장도 있다. 최소 수천만 마리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지 나는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스테이크 덩이 4개가 만원이 안되고 체리나 블루베리같이 한국에서 비싼 과일도 큰 한 통에 만원이 안 된다.

이 곳의 빈부격차가 심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농산물이 싸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왜 다들 해 먹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을 가서 비만율 1위의 수모를 겪는지 모르겠다.


55. 미국에서 맥도날드는 햄버거나 감자튀김을 먹고 싶을 때 가는 선택지 중 한 곳이 아니라 그냥 밥집이다. 한국의 백반집 같은 개념이다. 가격도 싸고 팁도 안 내도 된다. 사실 햄버거 자체는 매일 먹어도 괜찮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감자튀김이나 콜라 먹는 걸 보면 다시 한번 이 곳의 비만율을 실감한다. 콜라 사이즈옵션에 1L짜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 리필하러 왔다 갔다 하는 거 보면 1L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정부차원에서 판매를 금지시켰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두 브랜드는 인앤아웃과 수파두파, 맛있긴 참 맛있다..


56. 이런저런 이유로 언니는 주로 집에서 밥을 해 먹는다. 한인마트도 한국을 통째로 갖다 놓은 것처럼 잘돼 있어서 한식도 전혀 문제없다.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한식을 먹고 아침저녁으로는 샐러드와 과일, 스테이크를 먹는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외식도 하고 있으니 완벽하다. 엄마가 미국 가서 살쪄오면 다시 쫓아 보낸다고 신신당부했는데 그 걱정은 없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나는 엉망진창인 내 자취 10년 중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서울시 캘리포니아구 샌프란시스코동 21번지


57. 미국은 농장도 체육관도 그 스케일이 다르다. 여기 온 이후로 수영을 다니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집에서 7분 거리에 있는 체육관에 등록했는데 태릉선수촌이 따로 없다. 지상 2층 지하 2층의 규모에 층층마다 헬스기구가 있고 수영장, 농구장, 테니스장, 축구장은 기본, 요가, 복싱, 사이클링 같은 프로그램도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은 레일이 17개나 돼서 아침 시간대는 1인 1레일이 가능하다. 한 번 입장 후 원하는 만큼 사용하는 것을 1회 기준으로 15회권이 95불이니까 이것이야말로 천조국 규모의 경제다.

아침 7시에 가서 수영과 계단오르기, 요가를 하고 12시에 온다


필모어에 있는 카페, 지금 앉아있는 곳


58. 짜고 기름진 음식들과 최상의 조건으로 운동할 수 있는 극과 극의 환경이 모두 주어진 이 곳에서 사실 건강하게 살기보단 본능적으로 사는 것이 더 쉽다. 수많은 미국 유학생들이 살이 쪄서 돌아오는 것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여기서 현실과 직면해 생계를 이어가야 했으면 미국의 비만율에 기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무너지고 오히려 한국에서 미국인처럼 살게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일상이 아주 마음에 든다. 다 샌프란시스코에 언니가 사는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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