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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wa Lee Nov 14. 2019

구애의 법칙

담백하고 솔직한 구애의 세레나데


요즘은 날이 부쩍 서늘해지고  공기가 맑아졌다. 볕이 따갑기는 해도 그것이 싫지는 않다. 여름날의 습기가 가시고 서늘한 공기에 감도는 금빛 햇살을 감지하면 마음이 설레며 행복이 차오른다. 가을이 왔구나! 기분이 좋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지 이곳 비둘기들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제 멋대로 해석한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기분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는 건 만인 공통이니 눈감아 주시기를! (비둘기의 번식시즌은 4-5월, 그리고 8-9월이라고 한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주로 수컷이 화려한 경우가 많다. 공작도 우리가 아는 화려한 깃을 가진것은 수컷 뿐이다. 곤충도 예외는 아닌데 주로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와 구애를 하고 암컷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성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둘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듯하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가서 몸을 한껏 부풀리고 쫓아다니는데, 이 모습이 어찌나 안달 나 보이는지.


우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가서 깃털을 빳빳하게 세운다. 그러면  머리와 꽁지를 제외한 온 몸이 눈에띄게 부풀며 몸집이 제법 커진다. 치장을 잔뜩했다면 이제는 눈에 띌 차례. 그런데 그 눈에 들기위한 방식이 너무도 직설적이다. 깃에 잔뜩 힘을 준 상태로 도도도도 걸어가서는 노래를 부르며 눈앞에서 알짱대는 것. 상대가 시선을 돌리면 그 앞으로 뛰어가고, 뒤를 돌면 얼른 따라돌아 쫓아간다. 이 모든 와중에도 눈만은 상대에게서  떼지 못하고 고개가 한껏 돌아간 모습이 숨김없다.  


하지만 열심이라고 해서 마음을 얻을 수는 없는 것. 암컷은 수컷이 부담스러우면 이내 푸드덕 날아가 버리는데, 그러면 남겨진 수컷은 금방 풀이 죽어서 깃털이 가라앉아 버린다. 표정은 없어도 잠시 멈춘 발걸음과 가라앉은 깃털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을 읽을 수 있는데, 어쩐지 귀엽고 안쓰럽다. 


나는 쿨하니까 보내주겠다 _ⓒ황려진


이제까지 본 비둘기들은 떠나는 상대를 따라가진 않았다. 상대방 의사에 따라 단념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한 매너일 터. 자리를 뜬다면, 더이상 직접대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글바글한 무리에서 아무나 쫓아다니는 것도 아닌 걸 봐서, 아무리 사랑의 계절이라고 해도 마음에 드는 상대를 발견해야 노래를 부르고 치장할 힘이 나나보다. 


비둘기는 쉽게 단념하지 않는다.  상대가 푸드득 떠나버려도 잠시 풀이 죽어있을뿐 다시 사랑에 빠지고픈 상대를 만나면 힘차게 깃을 부풀리고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안타깝게도 아직 내가 본 구애의 노래들은 모두 암컷의 떠남 으로 마무리 됐지만 아무렴. 담백하고 솔직한 구애의  세레나데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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