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화단에 핀 꽃을 누군가 가져간다.
활짝 핀 어여쁜 꽃이 아니라,
찬 바람에 색을 잃은 시들해 진 꽃을 가져가고 있다.
한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시든 꽃을 왜 가져 가는 걸까
쨍 하게 빛나던 꽃도 아닌 무채색이 되어
말라 비틀어진 꽃을
아, 따뜻한 눈으로 말라버린 꽃을 바로본다.
죽어가는 꽃이 아니라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보며 집으로 간다.
언젠가 나 같은 걸 왜 사랑해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기억이 있다.
그때, 너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데 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색을 잃은 시든 꽃을 보고 지나쳤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른 모양이다.
누군가 무채색의 말라 핀 꽃을 가져가고 있다.
2021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