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시호시 Apr 07. 2022

말라 핀 꽃을 사랑하는 이에게

공원 화단에 핀 꽃을 누군가 가져간다.

활짝 핀 어여쁜 꽃이 아니라,

찬 바람에 색을 잃은 시들해 진 꽃을 가져가고 있다.

한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시든 꽃을 왜 가져 가는 걸까

쨍 하게 빛나던 꽃도 아닌 무채색이 되어 

말라 비틀어진 꽃을

아, 따뜻한 눈으로 말라버린 꽃을 바로본다.

죽어가는 꽃이 아니라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보며 집으로 간다.

언젠가 나 같은 걸 왜 사랑해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기억이 있다. 

그때, 너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데 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색을 잃은 시든 꽃을 보고 지나쳤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른 모양이다. 

누군가 무채색의 말라 핀 꽃을 가져가고 있다.


2021년 12월 24일

작가의 이전글 나비포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