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길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배가 고픈데 그것보다 더 괴로운 건 내리는 빗속에서 견뎌야 했던 추위. 그나마 나 혼자는 아니었기에 배고픔도 추위도 버티고 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느꼈을 때, 누군가 따뜻한 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따뜻한 그 자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준다. 지금 먹지 않으면 언제 또 먹을 수 있을까? 먹고 또 먹고 배가 불러도 계속 먹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따뜻하고 작은 이 공간에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다. 따뜻한 손길을 내민 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함으로 보답한다. 우리를 내치지 않는다는 안정감에 이 세상도 살만하구나 느껴진다. 무서운 것들만 가득했던 날들에 포근함이 밀려온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자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곳에 오게 됐다. 낯선 곳이지만 묘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 집에서 나는 나의 목을 옥죄던 것에서 해방이 된다. 비 맞으며 아무렇게나 굴렸던 몸에 따뜻한 물이 닿았다. 처음 맛보는 개운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 내 몸에서 향기라는 것도 날 수 있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푸릇한 식물들이 많이 펼쳐진 공원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냄새들이 존재한다. 그 냄새를 맡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빗속에서 걸을 때면 지치고 힘들어서 쉬고 싶었는데, 이 냄새들 속에서 걸으니 쉬고 싶지가 않다. 더 앞으로 나가고 싶은데 뒤에 따라오는 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앗! 저 멀리서 좋은 냄새를 가득 담은 생명체가 오고 있다. 다가가 더 가까이서 냄새를 맡고 싶은데 나아가질 못한다. 왜 우리의 만남을 방해하느냐! 따지고 싶지만, 그 냄새보다 뒤따라오는 이 자가 더 좋으니까 참아본다.
냄새를 맡으며 앞질러 가고 싶은데, 갑자기 달리자고 한다. 살짝 귀찮은 마음이 들지만, 못 이기는 척 같이 달려나간다. 내가 달리면 달릴수록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숨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 더 달린다. 나는 이제 비가 와도 두렵지 않다. 밥을 봐도 시큰둥하다. 밥 먹는 게 귀찮아 밥알을 굴리고 있으면 잔소리하면서도 꼬박꼬박 밥그릇을 채워준다.
나의 하루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아침부터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자들을 기다린다. 언젠가부턴 매일 들어오지도 않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집에 들어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