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2학기 중간고사가 막 끝났다. 아직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들 말로는 6과목 평균이 50점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점수를 들으면 대부분의 부모는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대견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지난 1학기보다 무려 15점이나 오른 점수. 그 과정은 성실했고, 그 결과는 정직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조차 없던 아이. 학원도 다니지 않아 공부법을 몰랐던 아이. 그런 아들이 시험을 치르고 나서, 공부한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의 결과를 스스로 비교하며 공부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기말고사에는 인강을 듣고 터득한 공부법으로 해보겠다고 기약했다. 그 말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사실, 올해 초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둘째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먼저였다. 친구들은 많고 학원도 다니지 않으니, 친구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나가 밤늦게까지 놀다 들어오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꿈이 없어 보이는 아이에게 늘 "꿈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부모로서 그 꿈을 키우는 데 어떤 가이드를 해줬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의 대화에서 아들이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셨어. 확실한 꿈이 없다면 그 꿈을 찾을 때까지 일단 공부부터 하라고. 공부를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꿈이 생기고 더 가까워진다고…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놀랐고, 감동했다. 하고 싶은 것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손을 놓고 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를 때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긴 아들. 장하다.
어제 저녁, 큰아들이 군 휴가를 나와 온 가족이 외식을 했다. 작은 아들은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어머님께 둘째의 중간고사 결과를 말씀드리자 “형처럼 공부해서 잘 따라가야지”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둘째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요즘은 95점을 받고도 100점을 못했다며, 자책하는,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둘째 아이는 자신의 50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을 칭찬하며, 다음 시험을 어떻게 준비할지 선언하는 멋진 아이예요.”
큰아들은 작년 대학 입시에서 의대와 서울대 통계학과에 동시에 합격했고, 의대를 포기하고 서울대에 진학해 지금은 군복무 중이다. 부모로서 정말 대견한 아이다. 그래서일까, 작은 아들도 중학교를 가면 자연스럽게 잘할 거라 믿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인생 첫 시험을 치른 아이에게, 우리도 아이도 착각하고 있었다. 형처럼 시험을 보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성적으로 작아진 아이에게 무의식 중에 “형처럼 잘해야지”라는 말을 했던 건 아닌지, 어머님의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씀을 들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우리 둘째는 성격이 정말 밝고 끼가 많다. 올해 초 중학교 졸업 무대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젠 안녕’을 부르며, 클라이맥스 고음파트에서도 픽싸리를 칠지언정 자신감 넘치게 열창하는 모습에 졸업식에 참석한 친구들과, 온 가족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남과 비교가 아닌 자신만의 페이스를 아는 아이
어제보다 성장한 자신을 칭찬할 줄 아는 아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웃음을 늘 선사하는 아이
앞으로의 성장이 무궁무진한 아이
이 글을 쓰며 나는 확실히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결과에 초조해하던 나, 이 아이가 어떻게 클지 걱정만 하던 나. 이제는 믿는다. 이 아이는 분명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재미 박을 터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오재미 공을 던지던 저 아이, 박이 끝내 벌어져 어떤 메세지가 나올까... 지금 우리 아이가 열심히 놀고, 체험하는 모든것들이 결국은 미래를 향해 오재미를 손에 쥐고 던지는 행위가 아닐까? 작은 아이의 박에서는 어떤 메세지가 나올까...너무 궁금하다.
나는 이제 아이의 성장을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되고 싶다. 조급함 대신 믿음을, 불안 대신 응원을 건네는 부모. 나의 성장일지를 쓰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리고 매일 아침 아들을 깨우며 "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이끌, 귀하게 쓰일 우리 '영쭌이' 일어나세요" 라고 외치며 이 말씀대로 되리라 기도한다!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5: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5: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5: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 출처: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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