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또 다른 김 부장이야기

by 비비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책으로 먼저 만났다.


내용이 워낙 현실적이고 내가 관심 있는 주제라 하루 만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이 JTBC 드라마로 나온다기에 꼭 챙겨보고 싶었다. 어떤 장면은 책의 내용을 실감 나게 그대로 옮겨왔고, 또 어떤 장면은 드라마적인 재미와 분량을 위해 새롭게 구성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을 탄탄하게 잘 살렸다.


나보다 더 몰입해서 드라마를 보는 남편에게 본의 아니게 자꾸 스포일을 하게 되었다. 때로는 남편이 먼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배우 류승룡의 능청맞고 짠한 연기 덕분에 12부작이 훌쩍 지나갔다.


남편은 김 부장이 좌천된 아산공장에서 버텨내고 본사로 금의환향하길 바라며 드라마를 봤다. 작가가 중년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책과는 다르게 시원한 결말을 써주길 기대했던 것 같다. 본사 임원으로 올라가 회사라는 정치판에 승자로 이름을 남기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


회사에서도 점심시간이면 김 부장 이야기가 화제다. 너무 현실적이라 감정을 이입하며 보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언젠가 본인들도 그렇게 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본다고 한다.


나는 드라마를 보며 자꾸 김 부장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그러게, 직장에 있을 때 준비를 했어야지 김부장아!”

대기업 간판과 부장타이틀은 퇴사하는 순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데, 그것이 영원할 거라 믿었던 김 부장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회사에 있는 동안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바깥세상에서도 확장할 수 있는 커리어를 준비하기보다는, 오로지 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살았던 김 부장!


자격증 하나 없이, 자신을 위한 공부에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25년을 회식과 골프, 라인타기,일하는 척하며 보냈던 김 부장!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보겠다는 아내를 지지하기는커녕 살림이나 하라며 대기업에서 주는 월급이 영원히 나올거라고 착각했던 김 부장!


자녀에게 명문대와 대기업 간판만을 강요하며, 그것을 위한 좋은 학원, 재수에 대한 투자는 사랑의 방식이라 착각하며 아끼지 않았고, 좋은 간판 있는 자녀를 자랑거리로 생각했던 김 부장!


깨끗한 와이셔츠 입고 출퇴근하는 삶이 멋진 성공한 삶이라 믿으며, 건물 유지 보수를 직접 하는 허름한 옷 입고 다니는 건물주 친구나 기름때 뭍이며 차를 고치는 형의 삶은 낮은 가치로 여겼던 김 부장!


대기업의 근로소득에 안주하며 재테크는 외면하고, 젊은 후배의 부동산 일침의 조언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김 부장, 힘들게 번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는 방법조차 몰랐던 재테크 문맹 김 부장!


나도 남편도,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도 서울, 자가,대기업,부장타이틀을 다 잃고 나서야 자신의 행복을 찾은 짠한 김 부장을 보며 응원도 하고 안타까워도했다. 직장이란 곳이 참 냉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단순한 재미로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또 다른 김 부장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매주 한 편씩, 또 다른 김 부장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퇴사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퇴사를 기다릴 수 있는, 더 나아가 퇴사를 먼저 요청할 수도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제발 더 있어 달라고 부탁을 받는 그런 또 다른 김 부장의 이야기로 풀어보려 한다. 회사에서 나를 지키고, 일을 내 것으로 만들며, 퇴사하는 순간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도록 준비하는 K직장인을 넘어 K직업인이 되기!


그런 김 부장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이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2025년의 끝자락입니다. 다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매주 월요일 새벽 5시, 한 편씩 펼쳐지는 또 다른, 김 부장 이야기 많이 놀러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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