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승진을 커리어 목표로 하지 말아야 이유
나는 어떻게 임원이 되었을까?
한 번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회사의 이 포지션을 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 자리에 와 있는 걸까?
본사 사장님이 새로 부임하시고 한국에 있는 법인을 온보딩 겸 방문을 하신 적이 있으시다. 그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나의 역할은 본사 사장님이 우리 회사에서 보낼 일정을 짜고,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직원들과 면담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사장님이 일정에 없던 나와의 1:1 면담도 현장에서 제안을 주셨고, 사장님과 1:1미팅을 하면서 그동안 어떤 커리어를 봛아왔고, 어떤 부분이 강점이고, 또 어떤 부분은 부족한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면담 말미에 본사 인사총괄 포지션이 오픈되면 올 생각이 있는지 물으셨다. 나의 그 당시 대답은 “불러만 주면 저는 어디든 갑니다.”이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현실적으로 따질겨를도 없는 그저 가벼운 대답이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 정말 임원포지션인 한국인사총괄 포지션이 오픈이 되었고, 그때 30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장님이 다시 연락이 왔다. 진짜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물으셨다. 나의 대답은 “Why not?”이었다. 그렇게 대답한 이후로 정신없는 과정을 지나 임원으로 승진하여 지방 공장에서 판교 본사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곳에 와보니, 임원이 커리어의 최종 목표처럼 지내는 임원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충분히 너무 멋진데, 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본인 스스로 멋있는 부분을 가린채 위축이 된 사람,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하였는데, 임원이 되지 못한 것을 회사가 그에 맞는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사람, 그렇다 보니 임원도 아닌데, 이사라는 타이틀로 남들(고객사)이 보기에만 임원으로 생각하게 하는 임원 아닌 임원인 듯 임원 같은 명함만 임원인 사람들도 있었다.
외국계 회사의 임원 인사는 국내 기업과는 다르다. 일단 포지션마다 임원에 해당하는 grading이 나오는지를 본사에서 자리를 평가하고 임원 포지션이 나오면 후보군을 평가한다. 외부 평가 업체를 통해서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그제서야 인터뷰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뛰어나도 지금 하는 자리가 임원포지션으로 평가되지 않아 임원으로 승진이 안될 수도 있고, 혹은 임원포지션의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평가기관을 통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임원후보자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던 김 부장은 커리어의 목표는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모시는 상사가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해야 했다. 주말이면 골프를 치고, 주중에는 술상무를 해야 했다. 상사의 지금의 모습이 나의 미래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나의 부서원들을 챙기고 문제가 터지면 깔끔하게 해결하는 능력등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채, 그저 위를 향해서만 지냈다.
나는 국내 대기업을 다닌 적은 없어서 임원인사가 어떤 기준으로 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인재를 다루는 HR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리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가 없는 그저 높은 자리, 하나를 바라보고 사는 직원에게는 회사가 결코 큰일을 맞길수가 없을 것이다.
마치 대통령선거철 토론회에 참석한 한 후보자에게 왜 대통령후보로 지원하셨냐는 질문에 “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알맹이 없는 대답과 같은 것일 것이다.
승진만을 바라보며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나는 영원한 을이 된다. 내가 올라가야 할 자리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매사 신경 쓰고, 승진줄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는 상사를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리고 믿었던 승진의 기회가 사라지면, 찾아오는 그 허탈감에 본인이 루저가 된 것 같아 회사를 자의든 타의든 떠나는 선택의 길로 가게 된다.
직장에 오래 머물고 싶다면, 승진을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서 매일 하는 나의 일, 태도, 사고방식, 협업, 결과물, 기여, 성장 등이 축적된 결과가 나의 커리어 자체여야 한다. 승진은 그 과정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벤트여야 한다. 승진이 과정이 아닌 목적으로 일을 대하면 궁극에 직장생활의 수명은 짧아진다. 승진탈락=직장패배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스스로 위축되고, 다른 이들도 본인을 그리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잘하던 업무도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퇴사의 시간이 점점 빨라질 것이다.
기회는 저절로 난다
승진을 목표로 삼지 않아도, 내 일을 업으로 성실히, 책임감 있게, 재밌게 일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조직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은 결국 일을 통해 증명된 준비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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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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