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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Aug 18. 2022

청계산과 막걸리

등산을 하게 된 계기2


움직이고 싶어졌다.


 2021   동안 기면증이 의심될 정도로 몸을 웅크리고 오래, 짧게, 자주 잠을 잤다.

하지만 삶에 대한 욕구가 생긴 이후로는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느낌이었다.



   전쯤이었나, 청계산 근처로 이사를 오고 1 가까이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청계산에 올랐다.

아마 이때가 내 인생 처음으로 산 정상에 오른 날이었을 거다.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산이니까 쉽게 오를 거라 생각한   착각이었다.

애초에 본격적으로 산을 타본 경험이 처음이니 도대체 등산로가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르겠고, 정상은 가도 가도 나올 기미가 안보였다.



 내려갈까? 포기할까?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청계산 정상의 높이가 어느 정도 인지 모르니 페이스 조절을   없었고,  순간 끝을 궁금해하며 주위를 둘러볼 여유 따윈 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인생 진짜 끝이야 제발 끝까지 가보자.’


  당시엔 우울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힘든 일들이 겹치며 스스로를 나락으로 빠트리던 시기 었다.  입구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여기서 이걸 포기하고 내려갔을 때의 패배감과 무력감, 자신감의 상실은 감히 상상할  없을 정도의 수준일  같은 예감이 들었고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정상에 도착했다.


 말로 형용할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무슨 느낌이었을까?

다 모르겠고 정상 구석에서 팔고 있는 막걸리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막걸리 한잔 마시자. 막걸리를 한 잔 하고 내려가는 발걸음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웠다.


 이날  번째 등산 이후로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살아 움직이고 싶어졌다.




그렇게 100대 명산 등반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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