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먼저 구분해야 한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인가.
상대가 원하는 것인가?
어느 날 우리 집에 찾아온 호피는 여느 길냥이와 확연히 달랐다. 처음부터 경계심이 없이 가까이 와서 몸을 비비고 지나가는가 하면 쓰다듬어 주면 발라당 누워 자신을 무장해제한다. 밥을 챙겨 주자 제집인양 눌러앉았다. 이름은 호랑이 무늬가 있어서 호피라고 지었다. 집냥이가 길을 잃었거나 버려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친밀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한다. 호피가 정착한 지 벌써 이 년이 지났다.
어느 날은 쥐를 잡아와서 문 앞에 보여주고 장난을 쳤다. 지켜보니 줄 생각은 없이 자랑질만 하다가 물고 어디론가 갔다. 며칠 전에 또 쥐를 잡아 문 앞에 놓았다. 쥐를 보니 작지만 통통하게 살이 올랐는데 움직임이 없다. 간밤에 잡은 듯하다. 호피는 문 앞에 두고 한 걸음 물러나 앉았다. 선물로 상납하고 칭찬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호피야 또 쥐 잡았구나."
"양"
"착하구나."
"쥐도 잘 잡고."
"양"
"가서 밥 먹어."
"양."
호피는 작은 소리로 대답을 잘한다. 쥐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죽었다. 그런데 상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호피에게 잡혀서 가지고 놀 때 너무 두려워 심장마비로 죽지 않았나 싶다. 호피는 선물이 잘 전해진 것을 보고 시크하게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
"호피야 마음만 받을게."
"이건 다시 가져가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