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법칙이 대나무에도
대나무 하면 담양의 왕대나무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정식 명칭은 맹종죽이다. 굵고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은 가지런하고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대나무의 번식은 일반 나무와는 확연히 다르다. 아주 드물게 대나무 꽃이 핀다고 하나 직접 본 적은 없다. 대나무 꽃이 피면 뉴스에 나올 정도이니 대나무 꽃 보기가 얼마나 드문 일인지 알만하다(60년이 지나야 핀다는 말이 있다). 꽃사진을 보면 잎새와 비슷하고 벼이삭 같은 느낌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피어도 모를 것이다. 대나무는 열매도 씨도 없다. 대신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 세력을 넓히고 양분을 저장한 후에 뻗은 뿌리에서 새순이 돋는다. 이 기간이 대략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다.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외적으로는 어떤 변화나 성과물이 없다. 지루한 시기를 인내하며 실력을 쌓는 기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5 년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하지 않다. 굵은 대나무가 나지 않고 일반 대나무 정도로 얇다. 7 년에서 10 년 정도가 되면 순부터 굵게 나온다. 대나무는 얇은 게 두터워지지 않는다. 얇은 것은 얇은 그대로, 키도 5m 내외로 크지 않다. 굵은 대나무는 새순부터 굵게 나고, 키도 10m 이상 자란다. 제주에는 대나무 숲이 많지 않다. 신우대라고 하는 작은 대나무는 시골 인가 주변에 방풍림으로 많이 보인다. 높은 축대 밑으로 맹종죽을 심고 키우며 관찰한 내용이다. 담양 죽녹원 근처 식당에서 먹었던 향긋한 죽통밥이 생각난다. 새 봄에는 그동안 아까워서 채취하지 못하던 죽순요리 재료를 얻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