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새해
지하철을 탔다.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더욱 촘촘해진 거미줄을 해독하려 지도를 수시로 본다. 다운타운 거리로 나갔다. 낯설다. 이름들은 그대로인데, 변했다. 낯섦 속에 드문드문 익숙함. 섬 살이 십여 년간 서울에 오면 서울에 사는 듯한 착각에 혼란스러웠다. 스물여섯 해, 별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과 (각기 네모 조각을 들고 있는 모습만 다름) 무표정한 얼굴들은 타인들의 스쳐가는 일상 그대로. 주름진 세월이 낡은 건물을 좀먹고 있다. 사라져 가는 것들과 새로움의 변주곡에 엇박의 리듬을 끼얹으며 걷는다.
분주한 하루들에 쫓기던 성급한 마음은 저 멀리 섬에 두고 나왔다. 그렇게 박스 하나에 담아 두었다. 며칠은 밀봉해 두어도 구리지 않을 것이다. 악착같이 매달린다고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 (방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에 적절한 분별과 실천을, 나갈 때와 들어올 때를, 뛸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지혜는 어느 바람에 실려 오는가? 모르던 시절에 알기 원했고, 조금 알게 되었을 때, 다 아는 것처럼 착각했고, 여지없이 겸손을 몸뚱어리에 새기게 되었고, 알수록 모르겠고, 침묵의 시간은 길어진다.
새해를 두 번 맞이하는 행운, 설날에 설(눈) 소식이 있다. 설설 가야겠다. 맞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가슴에 새기고서, 또, 수 없이 수정할 문들을 열어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