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을까?
무채색의 경계에 선 동물이, 눈 덮인 땅 위에 풀을 찾아 헤맨다. 작은 소리에 놀라 마주친 눈망울엔 두려움과 경계심이 서려있다. 나목을 닮은 털로 감춘 몸을 들켰을까 반신반의한다. 근처에서 같이 얼음이 된 일행이 땡을 기다린다. 문이 열리자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은 듯이 동시에 뛴다. 안전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 뛰어도 닿지 않을 만큼, 보이지 않을 만큼의 안전한 거리. 너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나를 위협으로 생각하는 너와, 너를 피해 주는 존재로 인식하는 나는, 가끔이라도 서로 바라보며 영역을 존중해 줄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