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과수 전정은 겨울에

전정

by 시인의 정원

배나무 전정을 했다. 입춘이 지났으니 아마도 겨울의 끝자락일 게다. 작년 추석즈음에 옹골차게 수확했던 배를 떠올렸다. 아직 단잠에 빠져 있는 배나무에 웃자란 가지와 도장지를 과감히 정리한다. 가지가 많다고 해서 열매가 많이 달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꽃과 열매로 가야 할 양분이 가지 성장에 뺏기게 되므로 열매 맺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생존에 대한 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뭇가지를 그것도 겨울에 자르면, 최소한의 생명유지만 신경 쓰던 나무는 추위 속에 잘린 가지의 잘린 단면을 통해 강한 위기를 느낄 것이다. '이러다 죽는 거 아냐?'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만일을 위해 씨를 남기려고 꽃과 열매를 맺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위기는 기회라는 익숙한 말이 있다. 위기를 위기로만,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위기에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위기를 맞아 더 집중하고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길을 찾고, 힘을 기울이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바보새(앨버트로스)는 가장 큰 바람이 불 때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거추장스럽고 생존에 불리하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다.


상처와 고통과 불리함과 실패는 당신의 날개가 될 수 있다. 날고 싶지 않은가? 당신의 심연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하늘을 향한 꿈을 보여 달라고 거센 바람이 불고 있지 않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숭어 치어들의 군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