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어쩌면 눈이 쌓인 것은 그리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움이 겹겹이 쌓였다가 지쳐 사그라질 때 슬며시 옆에 선 봄을 알아차리겠지요. 이렇게 다시 맞는 봄을 폭 안아 주어야겠습니다. (진아작가님 글에 단 댓글입니다.)
잔설은 사라져 가는 풍경이겠지요. 아름다움도 잠시, 귀찮고 위험한 존재라 했지요. 누가 돌아보기나 할까요. 그저 길만 말끔히 치워졌으면 할 테지요. 하얀 땅이 갈빛 짙어지면 새 옷을 입느라 숲은 소란하겠지요. 길고 길었던 겨울밤의 기억은 아픔이기도 하고, 그리움이 될 수도 있겠지요. 오감이 얼어붙어도 산자의 것이었으니, 누구는 어둔 그림자를 헤아리고, 그는 산 그늘에서 바람꽃을 피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