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피는 뒤안
서귀포 골목길을 걷다가 마주친 동백나무입니다. R60 H7.0 정도의 대형목입니다. 제주에서 이만큼 큰 나무는 처음 봅니다. 동백나무는 다른 수목들보다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이 정도 크기라면 적어도 백 년은 넘었을 거라 추정합니다. 야생에서는 대형목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생육환경은 인가 주변이나 정원에 심긴 나무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보다 훌쩍 큰 동백나무에 소담한 꽃이 피었습니다. 큰 나무라고 해서 꽃이 큰 것은 아닙니다. 작은 나무와 같은 꽃이 핍니다(같은 꽃 종류라면). 뽐내지 않는다고 할까요. 척박한 땅에서도, 자갈밭에서도, 비탈진 개울가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며 아름다운 꽃을 보여줍니다. 늘 푸른 나무이면서 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빛을 품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혈 같은 꽃이 성큼 다가온 봄을 수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