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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덤이다

겨울산 아래 봄을 일구다

by 시인의 정원
한라산 북동쪽

어제 아침 얼음이 단단히 얼었다. 오늘은 봄 날씨. 십여 년 놀리던 밭을 개간하였다. 밥을 위해 해묵은 기술을 팔았다. 몸은 덤이다. 억새와 가시덤불과 예덕나무가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레벨 차이가 많은 땅이다. 높은 곳을 깎아 낮은 곳에 매립하였다. 굴착기 운전석에서 땅을 내려보면 대략 3m~7m 반경을 보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있다. 실물보다 작게 보이고, 평탄 작업도 레벨 맞추기가 어렵다. 신형 장비들은 레벨을 볼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구형 장비는 가끔 내려서 레벨을 확인해야 한다. 오차가 나는 부분을 돋우거나 낮춰서 평지를 만든다. 오목하면 물이 고이고 많이 기울어진 땅은 농사나 작업이 힘들고 물건을 놓기도 어렵다. 제주 땅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돌밭이다. 오늘 작업한 밭은 흙보다 돌이 더 많은 땅이다. 조금 깊게 파면 암반도 나온다.


한라산에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중산간에는 봄기운이 감돌았다. 내일 저녁에는 비소식이 있는데 한라산은 아마 눈이 내릴 것이다. 봄 안에서 보는 겨울산 풍경이 얼마간 이어지겠지. 기다리던 봄이 왔어도 겨울의 잔상이 남아 벗지 못하는 겨울외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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