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기억 속에서, 불현듯 꿈에 찾아오시는 당신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말없이 일었다 가버린 바람의 흔적을 더듬었습니다. 당신의 체취를 헤아리는 봄입니다. 남겨진 빈 터에 귀를 세웁니다. 헐벗은 가지에 연초록이 물들면 아무 일 없이 나를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습니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에 닳은 기억만이 오월처럼 짙어지겠지요.
<섬, 사람> 출간작가
제주의 풀, 꽃, 나무를 소재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밀한 세계와 삶을 내용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