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
첫날이 예고한 사월의 끝날입니다. 두리번거리다 벌써요. 추웠다, 더웠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도 많은 꽃들을 피워내는 사월이 좋았습니다.
뜸 들이던 꽃이 피었습니다. 먹이가 부족한 새들의 겨울에, 밥상 차려주는 팥배나무 꽃입니다.
배나무와 잎새는 확연히 다릅니다. 줄기는 배나무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꽃은요, 배나무와 매우 닮았습니다. 동그랗게 무리 지어 피는것은 같은데, 배나무는 듬성듬성 피는데 반해, 팥배나무는 빼곡하게 핍니다. 닮은 듯 다른 두 나무는 열매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요. 팥배나무는 가을이면 낙엽을 떨군 뒤에 팥알 같은 작고 빨간 열매가 달립니다. 꽃송이가 달렸던 자리에 빼곡합니다. 팥처럼 생긴 열매와 배꽃 같은 꽃이 이름을 설명해 줍니다. 향기는 안나는 것 같습니다. 코를 들이밀고 - 꽃이 놀랐을까요? - 향기를 뒤적여도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제 코가 둔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새들의 겨울 양식을 위해 가지마다 가득히 핀 꽃들이 사월에서 오월로 이어줍니다. 가는 사월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월을 기대하면서.
팥배나무는 배를 채워주고, 새들은 날개를 빌려주는 좋은 거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