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삼색이. 처음 흘러들어 온 지 오 년은 넘은 것 같다. 연못비탈에서 미약한 냥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살펴보니 주먹만 한 새끼 고양이가 위태롭게 돌틈에 매달려 있었다.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순간 손가락을 물어버렸다. 야성 본능이 구해 주려는 손을 위협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입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데크 위에 밥을 챙겨 주었다. 그 녀석은 경계심을 갖고서 사료를 꾸준히 먹었다. 세 가지 색을 따라 삼색이라 이름 지었다. 물린 손은 꽤 아팠고 상처는 오래갔다.
정착한 삼색이는 정원 일하는 주위에서 주위를 지키며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알렸다. 삼색이는 건네주는 사료를 곧잘 먹었다. 나무 위에 올라 새를 사냥하거나 뱀을 잡아 내놓기도 하며 보은 했다. 애정과 감사의 표현을 하면서도 경계심이 많아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대략 3m는 삼색이가 여차하면 도망할 수 있는 안전거리였다. 어디선가 "이야옹, 미야옹" 소리가 들리면 "나 있기 있어요." "배고파요."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던 어느 날 강적이 나타났다. 얼룩무늬를 가진 호피다. 호피는 몸집이 작은 어린 묘였다. 처음부터 경계심 없이 다가와 머리를 비비고 배를 뒤집어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료를 더 받아먹을 수 있는, 입양을 어필하는 머리 좋은 녀석이었다. 호피가 성묘가 되자 삼색이를 쫓아다녔다. 삼색이는 이미 고등어라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지조 있는 삼색이는 한 번도 곁을 허락하지 않았고, 호피의 등쌀에 고등어와 함께 이웃집 경계로 쫓겨났다. 그 후로 수개월씩 안 보이다가 오늘처럼 뜬금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자친구 없이 혼자, 여전히 거리를 둔 채.
"삼색아, 삼색아! 안 보여서 걱정했는데 잘 지냈니?" 고개를 숙였다가 이름을 몇 번 부르자 쳐다본다. 슬픈 눈빛이라고 생각되는 건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