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라는 말

폭우

by 시인의 정원

매일 온다. 한 달간 감감했던 비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던 장맛비는 아니란다. 연일 쏟아지던 폭염이 던진 열대야를 씻어 낸다. 구름샘에서 물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증거로 하늘 위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여준다. 잘 타지 않는 모닥불에서 연기가 뿜어 오르듯 구름이 솟아나고 있었다. 높은 산 하나 없는 서쪽 바다 위였다. 전선이 없으니 죽었다 살아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밑에서 올라온 것도 옆에서 다가온 것도 아니라 했다.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국지성 호우라고도 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규정짓는 이론이 없는지 설명만 하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궁색한 기상청을 대변한다. 오다, 말다, 내리다, 그치다. "쌀, 보리, 보리, 보리, 쌀!" 놀이하듯 시간차 폭우는 위에서 아래로 굵은 줄을 긋는다. -그림 기초 연습인가 - 아니라는데 장맛비 기간의 그것과 똑같다.


'적당히'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지. 결핍에서 저리도록 새기고, 범람에서 망연히 배운다.

비는 내리고

일 없는 바람은 기웃거리는데


갓 난 아기새들의 둥지는 어떠한지

어미새들은 부산한 날갯짓으로

나무사이를 채운다


빗줄기에 섞인 하염없음이 그칠 때

뚝뚝 떨어지는 편린들


아문 줄 알았던 상처였다가

애써 덮어놓은 민망함이었다가


헤진 그리움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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