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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동양달팽이

by 시인의 정원

가끔 마주치는 아이였다. 원로를 따라 화초와 나무를 둘러보다 눈에 띈 위장색이 서툰 갑각류. 보일 때마다 정원 경계 밖 숲으로 이주시켜 주었다. 이제 나를 알아보는지 집 속으로 얼른 숨지도 않는다. 달팽이 종류 중에 이리 큰 녀석도(약 4cm) 있나 했다. 골뱅이와 매우 닮기도 했다. 일전에 함덕 여름 바다에 잠수하다가 꺼낸 골뱅이는 접시에서 껍질 벗은 알몸만 보던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달팽이 요리를 고급으로 친다는데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일었으나 굳이 먹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어서 정원에는 반갑지 않으나 해치고 싶지도 않아서 이전해 주었던 것이다. 내 생각과는 달리 이 녀석은 출몰이 더 잦아졌다. 여기저기에서 확연히 개체수가 늘었다. 이러다 달팽이 농장이 주 업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름은 동양달팽이, 애완동물로 팔리고 있었다. 게다가 식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량번식을 할 이유는 없다. 내 주 업은 정원과 식물이니 이 녀석들은 내 직업의 천적이다. 아직은 내버려 둔다. 다양한 식물들의 천국인 정원 식물의 맛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노루만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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