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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맺히는 시월의 풍경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

by 시인의 정원

노랑창포 씨가 익었다. 씨방이 벌어지면서 갈색 씨앗들이 떨어지고 있다. 발아가 잘 되는 창포씨는 연못가 물속에서도 살고 땅에서도 잘 산다. 수륙양용, 전천후 식물이다. 소나무같이 건조한 땅에 살면서 배수가 잘 돼야 사는 식물과는 성질이 근본부터 다르다. 발아가 잘 되다 보니 하나의 개체만 자리 잡으면 주위로 빠르게 퍼진다. 봄을 수놓는 노란 꽃들이 모여 소곤대는 것을 볼 수 있다.


손이 안 닿은 곳에서 어느 틈에 씨까지 익어가는 풀들이 있다. 심은 적 없다. 용도를 아무리 찾을래야 찾지 못한 잡초들이다. 어떤 풀은 소박해도 예쁜 꽃을 달고 있어서 뽑지 않고 두기도 한다. 자료를 찾아보면 약초라고 해도 이용하기에 번거롭고, 검증되고 좋은 약들이 많은데 흔하고 잘 모르는 약초를 쓸 일은 없다. 잡초는 뽑고 뽑아도 또 난다. 어느 틈에 씨가 떨어졌거나, 센 바람이 불 때 날려 왔을 것이다. 추위가 시작되면 덜하겠지만 제주도는 놀랍게도 겨울에 사는 잡초들도 있다. 예의 푸른 미소를 날리면서 자리 잡은 녀석들이다. 내년에 덜 고생하려면 씨가 익어 떨어지기 전에 보이는 대로 뽑아서 태우거나 멀리 버려야 한다.


원치 않는 것은 저절로 자라고,

원하는 것,

가치 있는 꽃은

수고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당연하지요

중요한 건 어떤 씨를 심고 가꾸는가 지요

방향성 또는 목적지라 할 수 있지요

게처럼 옆 걸음, 제자리걸음, 심지어 뒷걸음질 치더라도 가야 할 목적지를 눈 떼지 않으면 결국 거기에 가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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