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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금목서

향기로운 사람

by 시인의 정원

분주한 생각을 멈추는 향기에 무심코 머리를 들었다.

눈앞에 황홀한 금빛 장식들을 달고 있는 나무가 서있다.


"그렇지 시월이야."

"네가 꽃피는 시기는 억새꽃이 손짓할 때였어"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어디에 감추다가 하루아침에 피었니?"


지난한 여름의 열기를 품었다. 한 순간 정적에 휩싸인, 천상의 향기가 감도는 정원이다. 사흘 간의 첫날이다. 365일 중의 단 3일 간 피었다 지는 꽃이다. 손가락으로 조금 움키어 맛을 본다. 처음 맛보지만 독성은 없나 보다. 달콤하다. 혀에 닿는 촉감은 부드럽다. 은은한 향기는 마치 귀부인이 곁을 스치며 맡아지는 품위를 지녔다. 꽃말은 진실한 사랑, 유혹, 달콤한 사랑이다. 꽃술을 담거나, 잎을 차로 끓여 먹으면 기침, 중풍, 통증완화에 약효가 좋다 하니 버릴 게 없는 귀한 나무다. 심지어 상록수이다. 팔방미인이라 할까.


"어디 금목서 같은 사람 없소?"


이런 사람은 좀 부담스럽긴 하지요.

사람은 빈틈이 있어야 사람 같지요.


빈 틈을 모른척하는 너그러움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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