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슈퍼문이 떴다

달빛처럼 쏟아지는 그리움

by 시인의 정원

아주 잠시 보름달이 얼굴을 보여 주더니 다시 세찬 비가 내립니다. 비 올 때마다 머리를 싸매고 누우셨던 엄마가 더욱 그리운 밤입니다. "머리가 벌어지려고 한다"라고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누운 엄마는 신음 속에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내 기억 속의 외할머니는 무섭기만 했습니다. 한두 번 본 기억밖에 안 나는데 왜 무서웠는지 엄마의 이별식장에서야 큰 누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 딸 고생시키는 것들"인 손주들을 미워했다고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쯤 지난 어슴푸레한 밤이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초가집 툇마루 위에 서서 빨간 두 눈으로 나를 노려 보며 "ㅇㅇ아 이리 와라"라고 손짓하며 여러 번 불렀습니다. 나는 마당에 들어서던 중이었습니다. 오금이 저려 꼼짝 못 하다가 비명을 지르며 깼습니다. 너무 무서워 다시 잠들기를 두려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얘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입니다.


외갓집은 달갑지 않은 존재로 아이를 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도 다정하게 말을 걸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적이 없었습니다. 외숙모와 나이차 많은 외사촌 누나와 형들이 있는 외갓집에 맡겨졌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맡기고 가버렸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아이는 눈칫밥이라도 주는 대로 먹었습니다. 배고픈데 밥을 안 주는 날에는 밥 달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엄마는 왜 안 오나? 나를 버린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배고픈 것보다 컸습니다. 세 밤만 자고 온다는 엄마는 열 밤이 넘어도 오지 않았습니다. 매일 엄마는 언제 오냐고 물었습니다. 곧 온다고 달래던 외숙모는 귀찮았는지 "니 엄마 안 온다"고 해서 큰 충격에 그 뒤로는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tv도 그림책도 휴대폰도 없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하루는 너무도 길었습니다. 열몇 밤이 지나 엄마가 데리러 왔을 때 세상은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는 외딴집에서 혼자 놀아도 좋았습니다.


엄마를 잃고서야 엄마의 흔적을 찾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 많은 세월에도 엄마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말하지 못한 못난 자식입니다. 꿈속에서라도 뵈 오면 말하리라 다짐하건만, 꿈에 찾아오시면 또 잊어버립니다.


달빛을 삼킨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