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현지인인 이누이트는 유전적으로 동북아시아(시베리아) 인구 집단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이 "대한민국인, 일본인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느끼신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두 집단이 수천 년 전 공통의 조상(Common Ancestor)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학 및 유전학적 분류상 그들을 단순히 "동북아시아 인종(맞긴 하지만)"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동북아시아에서 베링해협을 건너 북극권으로 이주한 북극 원주민(Arctic Indigenous Peoples) 또는 에스키모~알류트(Eskimo-Aleut) 어족 사용자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린란드 서부에서 발견된 약 4,000년 전 사카크(Saqqaq) 문화인의 머리카락 DNA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유전자는 현대의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보다는, 동북아시아 인종인 시베리아인의 축치(Chukchi)족, 코랴크(Koryak)족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그린란드에 최초로 정착한 인류가 동북아시아에서 베링해를 건너왔음을 증명합니다.
이 연구는 북극권의 이주 역사를 유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 오늘날 그린란드 이누이트의 직접적 조상인 "툴레(Thule)인"들 역시 시베리아의 동북아시아 집단에서 기원하여 알래스카와 캐나다를 거쳐 그린란드에 도달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인이 베링해를 건너 그린란드로 진출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입니다. 다만, 이들은 오랜 기간 북극 환경에 적응하며 독자적인 유전적 특성과 문화를 형성했기에 외모는 동북아시아 인과 동일하게 생겼어도 유전적으로는 약간 다르게 발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린란드의 인류 역사는 한 번의 이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크게 고(古) 에스키모(Paleo-Eskimo)와 신(新) 에스키모(Neo-Eskimo, 툴레 문화)의 두 가지 큰 흐름으로 나뉩니다. 현대 그린란드 주민은 후자인 "툴레 문화"의 후손입니다.
동북아시아의 시베리아 지역에서 수렵 생활을 하던 집단이 베링해협(당시는 육교였거나 얼어붙은 바다)을 건너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로 이동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가 기원전 2500년경 그린란드에 처음 진출했습니다.
그렇게 동북아시아인들은 처음 그린란드 북동부(피어리 랜드)에 정착했습니다. 사향소 등을 사냥하며 극도의 추위를 견뎠습니다. 사카크 문화(Saqqaq Culture)도 발전했는데 그린란드 서부를 중심으로 번성했습니다.
이 초기 정착민들은 오늘날 이누이트의 직계 조상이 아닙니다. 유전학적 분석 결과, 이들은 약 700~800년경에 알 수 없는 이유(기후 변화 등)로 그린란드에서 사라졌거나(Extinction) 후속 이주민에게 자리를 내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 문화는 도싯 문화(Dorset Culture, 기원전 800년 ~ 서기 1300년)의 시대입니다. 사카크 문화가 사라진 후, 캐나다 북부에서 탄생한 "도싯 문화" 사람들이 그린란드로 들어왔습니다. 이인들은 눈집(이글루)을 사용하고, 썰매를 끌었으나 개 썰매나 활은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역시 오늘날 그린란드인의 직계 조상은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이 바로 오늘날 그린란드인들의 조상인 툴레족 문화(Thule Culture)(서기 1200년 ~ 1300년경)입니다. 서기 1000년경 알래스카 북부의 동북아시아 인종들이 동쪽으로 급속히 이주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동북아시아인들은 이전의 원주민(도싯 문화)과 달랐습니다. 이 동북아시아인들은 개 썰매(Dog Sleds)를 이용한 빠른 이동을 했으며 우미악(Umiak)과 카약(Kayak)같은 뛰어난 배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형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작살(Harpoon)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동북아시아 인종인 툴레족들은 기존의 도싯 사람들을 대체하고 그린란드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동북아시아 인종인 "에스키모"라고 불렀던, 그리고 오늘날은 "이누이트족(Inuit)" 또는 그린란드어로 "칼라알리트(Kalaallit)"라고 부르는 동북아시아계의 사람들입니다.
물론 에스키모(Eskimo)라는 이름은 예전에 널리 쓰였으나 캐나다와 그린란드에서는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거나 타자가 붙인 이름이라는 이유로 사용을 피합니다. 스스로를 "이누이트(Inuit, '사람'이라는 뜻)"라고 부릅니다. 간혹 일본의 현지인인 "아이누족"과 헷갈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문화가 거의 동일하지만 엄밀하게는 다릅니다.
알류트(Aleut)족은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에 사는 현지인으로 이누이트족과는 언어적으로 친척 관계입니다.
흥미롭게도 툴레족 문화(이누이트 조상)가 그린란드에 들어올 즈음, 그린란드 남부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온 바이킹족(노르드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약 985년경에 에릭 더 레드(Erik the Red)라는 사람이 데리고 온 수많은 바이킹족들이 그린란드 남서부에 정착지를 건설했습니다. 그 시절에 툴레의 이누이트족들이 남하하면서 노르드 바이킹족과 접촉했습니다. 문헌과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두 집단 간에는 교역도 있었으나 갈등(싸움)도 존재했습니다.
약 15세기경 소빙하기(Little Ice Age)로 인한 기후 악화와 교역 단절 등으로 한때는 인구수가 많아서 수적 우위를 점했으나 결국 이누이트족vs바이킹족의 전쟁에서 바이킹족이 패배하면서 결과적으로 노르드인 정착지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반면, 북극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툴레의 이누이트족들은 살아남아 그린란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그린란드라는 얼음섬은 약 1721년쯤에 덴마크 노르웨이의 선교사 한스 에게데(Hans Egede)가 사라진 노르드인들을 찾고 기독교를 전파하고자 그린란드에 도착하면서 달라기시 시작합니다. 그는 노르드인을 찾지 못하자 이누이트들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조공국(속국, 식민 지배)이 됩니다. 물론 표면상으로만 조공, 속국, 식민 지배라고 하지 우리가 아는 그런 식민 지배처럼 수탈을 받은 건 아니고 교역과 기독교화가 진행이 주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린란드는 2차 대전 동안 덴마크가 나치 독일에게 먹히자 그린란드는 미국과 일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방어 기지 설치 등). 이 시기까지 오지였던 그린란드인들은 외부 세계의 문물을 접하며 고립을 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53년 덴마크 헌법 개정으로 그린란드는 식민지 지위에서 벗어나 덴마크의 정식 주(Amt)가 되면서 자치권을 가지게 됩니다. 1979년에는 자치정부(Home Rule)가 수립되어 내정의 많은 부분을 이양받았습니다. 2009년 확대 자치정부(Self-Government)가 출범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권, 사법권, 해안 경비권 등을 그린란드가 빼앗았으며 천연자원에 대한 권리도 인정받았습니다. 물론 인구수가 턱없이 적고 경제력이 적은 그린란드였기에 외교와 안보는 여전히 덴마크에게 의지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린란드는 사실상 독립국가에 가까운 자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독립국가가 될 순 있지만 워낙 인구수가 적고 경제력이 없어서 만약 지금 독립하면 인구수나 경제력이 약한 그린란드로서는 바로 후진국이나 약소국으로 추락할 수가 있기에 덴마크의 속방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덴마크의 속방이 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도 덴마크의 속방으로 속해있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그린란드에 또 다시 식민지로 만드려고 탐내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과 "그린란드"입니다. 중국은 자신들을 "근북극국가"라면서 빙상 실크로드를 건설하려고 그린란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러시아는 가장 먼저 그린란드에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차후의 미래 패권은 북극해와 북극항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기에 이곳을 가장 먼저 선점한 국가들이 바로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그래서 겉으로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속방에 속해있지만 사실상 그린란드는 중국과 러시아의 식민지나 다름 없게 전락해 있습니다. 덴마크는 정규군이 2만명 밖에 안 되고 경제력도 약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중국, 러시아의 식민지로 삼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그런 와중에 가장 뒤늦게 찾아온 것이 바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