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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에 눈이 녹으면

by 물길

만년설은 싫다.

봄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알프스 같은

보기에만 좋은 눈도 싫다


눈은 봄을 품고 살아

봄은 일출봉으로부터 온다


살며시 눈을 뜨는 복수초는

자신의 힘으로 눈을 녹이며 봄을 부른다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우리네처럼 혹한 겨울을 넘어서야 온다


우리의 삶이 눈을 만들고

그 눈은 삶의 눈물로 만들어 진다


일출봉이 하염없는 눈을

어깨에 지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어미새가 알을 품어 새 생명을 일구듯이

그 속에 품은 새봄이 예쁘게 태어나길 기도하는 것이다


그 눈물이 우리에게 스며들어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게 하는 것이다


눈은 세월을 둥둥 말아

깊은 마음속에 감추어


석양이 일때

조용히 반추하며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감출 일이다.


DSC_8598-백록-1.JPG

[눈덮힌 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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