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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by 물길

너는 좋겠다

바싹 말라 바람에 흔들려도

그렇게 멋있으니


너는 좋겠다

일생을 마감해도

자신을 태워 이웃을 따스하게 할 수 있으니


너는 잘 살았노라

높은 고원 평지에서

오는 바람, 가는 바람과

따스하게 사랑을 나누었으니


산 정상이 아니라

조금 아래에서

정상에 서지 않아 더욱 멋있는 것을

바람 자는 계곡애서

쌓이는 낙엽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혹,

한세상을 구부정하게 산

인간의 얘기도 들어보고


그래도 참,

세상에 휘말리지 않은 것이

최고로 잘 산 것 같네


밤에는 달빛 싸래기에

온 몸을 적셔보기도 하고


조금 슬프고 상처 난 것은

몸에 품고 살아도 되리


사람들은 세월을 억새에 비유하지만

자네는 아픈 곳 없이

참으로 잘 살아 왔네


바싹 마른 몸으로 세월을 맞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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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친구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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