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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by 물길 Feb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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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좋겠다

바싹 말라 바람에  흔들려도

그렇게 멋있으니  

    

너는 좋겠다

일생을 마감해도

자신을 태워 이웃을 따스하게 할 수 있으니      


너는 잘 살았노라

높은 고원 평지에서

오는 바람, 가는 바람과

따스하게 사랑을 나누었으니 

     

산 정상이 아니라

조금 아래에서

정상에 서지 않아 더욱 멋있는 것을      

바람 자는 계곡애서

쌓이는 낙엽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혹,

한세상을 구부정하게 산

인간의 얘기도 들어보고     


그래도 참,

세상에 휘말리지 않은 것이

최고로 잘 산 것 같네 

     

밤에는 달빛 싸래기에 

온 몸을 적셔보기도 하고   

   

조금 슬프고 상처 난 것은

몸에 품고 살아도 되리     

 

사람들은 세월을 억새에 비유하지만

자네는 아픈 곳 없이

참으로 잘 살아 왔네      


바싹 마른 몸으로 세월을 맞는다 해도.


                                                   [세월의 친구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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