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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by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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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외로운 나무]



내가 아직 우리 동네처럼 어렸을 때

굽이진 골목길 끝,

그림자처럼 숨은 자리엔

오동나무 한 그루가 조용히 서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곳,

잊힌 듯, 멈춘 듯

늘 외로움에 잠겨 있는 나무였다


손등에 때가 밀려

갈라진 틈으로 피가 새어 나올 때도

그 나무는 나를 닮았는지

울지도 못했다


소낙비 내리는 장마철에도

빗살을 잎으로 막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젖은 몸을 떨면서


보고파 눈물짓는 사람을

닮아가고 있었다


다른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을 때도


그 나무는 병자의 누런 누더기 옷을

감전된 듯

벗어 던졌다.


찬바람 속에 까마귀 몇 마리

나무를 깨우려 흔들고 울부짖어도

대답 없이

지나가는 바람을 잡고 하소연하고 있었지


말로써 다 못한 애닯음이

마음 찢어지듯 밀려오는데


그리움은

고귀한 보랏빛 되어

잎 하나 없는 빈 가지에 피어나고 있었다


애타는 맑은소리가

고운 님 찾은 듯

애절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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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하고 맑은 아름다운 마음]


오동나무 곡

https://youtu.be/QU-upWqfJ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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