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외로운 나무]
내가 아직 우리 동네처럼 어렸을 때
굽이진 골목길 끝,
그림자처럼 숨은 자리엔
오동나무 한 그루가 조용히 서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곳,
잊힌 듯, 멈춘 듯
늘 외로움에 잠겨 있는 나무였다
손등에 때가 밀려
갈라진 틈으로 피가 새어 나올 때도
그 나무는 나를 닮았는지
울지도 못했다
소낙비 내리는 장마철에도
빗살을 잎으로 막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젖은 몸을 떨면서
보고파 눈물짓는 사람을
닮아가고 있었다
다른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을 때도
그 나무는 병자의 누런 누더기 옷을
감전된 듯
벗어 던졌다.
찬바람 속에 까마귀 몇 마리
나무를 깨우려 흔들고 울부짖어도
대답 없이
지나가는 바람을 잡고 하소연하고 있었지
말로써 다 못한 애닯음이
마음 찢어지듯 밀려오는데
그리움은
고귀한 보랏빛 되어
잎 하나 없는 빈 가지에 피어나고 있었다
애타는 맑은소리가
고운 님 찾은 듯
애절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애절하고 맑은 아름다운 마음]
오동나무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