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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Aug 10. 2022

언제라도 꽃을 보러 가라!

꽃은 생리학적으로 자신이 위험할 때 자손을 남기기 위해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꽃이 왜 이쁜지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곱다고만 생각한다. 봄은 우리에겐 너무도 절친하지만 꽃들에는 위협의 계절이 되는 것인데, 참 이상하게도 그 위협을 받는 겨울에는 꽃을 피우지 못하다가 봄이 되면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아주 고통스러울 때는 참았다가 아픈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우리들처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이 곱고 이쁜 이유는 그 고통을 안고 피기 때문이다. 그리고 꽃을 피울 때까지의 그 어려운 과정들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눈이 고운 사람들에게는 눈으로, 귀가 뚫린 사람들에게는 소리로, 코가 열린 사람들에겐 향으로, 입이 무거운 사람에게는 미소로 말을 건넨다.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꽃과 대화를 할 때는 반드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어제의 사나운 얼굴로, 화난 얼굴로, 비웃는 얼굴, 멸시하는 얼굴로 다가서면 꽃은 참으로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꽃도 꽃이 피기 이전에는 나름의 삶을 살아온 존재들이다. 그것도 우리는 몇 년에 한 번만 겪으면 되는 일들을, 꽃들은 전생에도, 이승에도 많은 아픔을 견디고 견디어 우리 곁에 와있다.


                                                [언제라도 꽃을 보러 가라!(순천), 2021] 

아픔과 괴로움 없이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그래서 자연과의 소통이 필요하고 서로에게 치유의 미를 주어야 한다. 꽃은 그 아픔의 대가로 열매를 맺고 자손을 남긴다. 그 들은 우리와 같이 자손을 위하여 무한한 인내로 살아간다. 해충이 괴롭혀도, 줄기가 타고 올라 괴롭혀도 피해 나가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견뎌야 한다. 사람이라면 해낼 수 있을까. 우리가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도 이렇다. 비바람 불어 자손을 떨어뜨릴 때의 마음을 닫힌 마음으로 어찌 알겠는가.


비어 버린 자신의 마음을 하량 헤아릴 수 없을 때는 꽃을 만나러 가라. 두들겨 맞은 마음에 울분으로 가득 차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어떡해야 하는지 꽃에게 물어보라. 임께서 자갈밭의 돌을 한둘씩 발로 차가며 뒤돌아보지 않고 한 길을 갈 때는 무슨 상처를 입었는지 의논하러 가라. 

흑 두루미 무리 지어 먼 창공으로 쏟아져 버려 하늘이 텅 비어 있을 때 그 외로움을 삼키려 하지 말고 꽃을 찾아가라. 


스스로 절대자에게는 움츠리고 기도하면서도 자연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갖추지 못하는 자신의 우매함으로 가슴이 시려올 때 엉거주춤하지 말고 가장 가깝게 있는 들꽃을 보라.     

 그 이유야 어떠하든 꽃은 절대로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고향 같은, 엄마의 품속 같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새싹이 다칠까 봐 살며시 내려앉는 햇빛처럼, 갯바위를 감아 안는 살가운 파도처럼, 석양의 품으로 스며드는 기러기같이, 깊은 인내로 당신을 맞아 줄 것이다.


꽃은 아무리 아파도 자신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고통 속에서 피어 아픔을 가진 생명들에게 자신을 풀어 끝없는 사랑으로 훑어 내리는, 어쩜 눈물 같은, 응어리진 마음들을 깊은 곳으로부터 살포시 녹여 줄 것이다.     



언제라도 꽃을 보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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