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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Aug 18. 2022

눈물을 배우는 시기

인연은 스며드는 것인데도 생각하면 먼저 슬픔이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일일까. 만난다는 것은 그렇게 깊은 기쁨일진대, 나로서는 인연 때문에 슬펐다는 일은 거의 없는 대도 참으로 애잔하기만 하다. 인연은 기쁘게 끝이 맺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돌아서 보면, 기쁜 일, 슬픈 일들이 하나씩 지나가기 시작하고, 그때 딱 멈추어지는 장면이 있을 것 같다. 차라리 아주 예민할 때, 사춘기일 때 예쁜 여학생을 만났던,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인연이라 생각하면 참 어설픈 인연이었다고 생각은 드는데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말하기는 좀 낯간지러운 면이 있다. 또한 학창 시절의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도 인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성장할 시기라 벌 받고, 공부 못해서 장딴지 맞고 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도 그냥 인연 같지 않게 지나간다.    

 

조금 더 성장해서 무엇인가 알게 될 때의 사람과의 만남은 어쩌면 인연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했건, 못했건 눈물을 배운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서야 인연은 눈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인연의 길(제주), 2021]


참된 인연이란 무엇일까? 말해놓고도 참으로 황당한 질문임에는 틀림없다. 인연이란 만나고 헤어짐을 포함하여 인연이라 할 진대, 참된 인연이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인가. 아마도 울 수 있고 눈물이 난다는 것은 어떤 형태의 사랑이 개입되어 있을 것 같다. 미움으로 인연을 다 한다면 그때도 눈물이 날까? 속 시원하다고 느낄까. 미움도 인연의 한 가지라고는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아도 눈물이 없는 헤어짐이란, 아마도 분노를 포함할 것 같아서 고운 인연은 아닐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악연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악연이라면 어떻게 말하면 참된 인연의 반대의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보면, 아마도 참된 인연이라는 말도 있을만하지 않을까 한다.


별생각 없이 인연은 고이 다가오고 스며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만 보면 참다 참다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고운 인연이라면 눈물이 많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 앞에 누가 아기를 버려두고 가서 그 아이를 입양하여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고운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아이가 차츰 성장하여 두 가지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는 아주 좋은 관계로 성장하여 그 정성을 알아주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반대의 경우로 거의 매일 사고를 치고, 감옥에 드나든다면 이 인연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악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를 악연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이의 내리사랑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아픔으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양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냥 악연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대신 감옥에 가더라도 그 아이를 바로 잡을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인연을 사랑 없는 악연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어디까지를 인연이라 할 수 있을까. 고운 일은 고운 대로 간직할 것이고, 좋지 않은 인연도 자기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결국은 인연이란 그 끝이 없는 것이다.   

  

부부간의 인연은 정말로 이럴 때 인연이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 인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지구가 두 동강 나도 만나 질 것이고, 만나지 못할 인연은 갖다 붙여 놓아도 떨어져 나갈 것이다. 부부간의 인연은, 저 원수라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삶의 경력이 내포되어 있고, 꼬집더라도 씽긋 웃어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배어 있음이라.     


또한, 인연 중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필수적인 인연임에는 틀림없다. 부모의 인연이 있어야 나라는 인연이 맺어지는 거라서, 태어날 때 눈물의 바다에서 태어나는 것은 눈물이 마를 때 인연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부모의 눈물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생기는 것이라서, 그 인연의 깊이는 헤아린다는 자체가 말의 의미를 벗어난다.     


목 놓아 울어 보지 않고는 인연의 깊은 의미를 알 수 없을 것 같다. 부부간의 인연도 어렵게 스며들었지만 부모와의 길은 떠 올리기만 해도 미안하고, 눈물이 치솟아 오르는 것은 인연의 끝이 아니라, 인연도 형성되면 그 끝까지, 끝이라는 벽을 넘어 스스로가 생존하는 기간까지는 안고 품고 가는 것이다.


 인연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간직해야 하는 내 장기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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