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색무취 Sep 08. 2022

사라질 존재의 가벼움으로

힘 빼고 바라보기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한 주였다. 포항에서는 물난리가 나고 산호세 지역 온도가 화씨 110도를 돌파하며 피닉스보다 더 더운 날씨가 되는 등 이전에 보지 못한 기상이변이 찾아오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몇 주째 계속 폭우가 쏟아진 파키스탄은 이미 나라 전체가 초토화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는 4조를 상속받기로 되어 있는 상속녀가 새벽 운동 도중 납치되어 피살되는 일 또한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과연 이들은 며칠 전에 자신의 운명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다. 죽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몇 년 뒤의 일들을 걱정하고 대비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을 텐데 자신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그저 재산과 목숨을 빼앗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알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은 때때로 깊은 허무감을 남긴다. 


(물에 잠긴 포항제철 - 출처: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20907/115344796/1)


     내 자신, 가족, 그리고 속한 조직의 목표를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종착점에는 모두가 꿈꾸는 명예로운 은퇴와 경제적 자유, 백년해로와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갑작스런 죽음, 정리해고와 파산, 이혼 또는 사별과 같은 쓰디 쓴 고통의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불확실함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적 부분이 아닐까... 원하는 것을 가져도 꼭 행복한 것은 아니며 원치 않던 길을 가더라도 반드시 불행할 수만은 없다고 얘기하던 한 선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뛰어난 능력과 더불어 훌륭한 인격을 갖춘, 모든 것을 가진 듯 했던 그 선배조차도 이후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생 - 출처: https://leadlifewell.com/blog/5-tips-help-survive-ups-downs-life/)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이민의 과정이 특별히 힘든 것은 삶의 본질인 불확실성을 매 순간 마주하며 계속 한 계단씩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어 문제, 취업 문제, 신분 문제, 주택 문제, 자녀 문제 등등 눈 앞에 쌓여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언젠가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하루의 고단함을 참아내지만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수도, 설령 마침내 해결된다 하더라도 곧 또 다른 문제들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리고 찾아왔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원한 것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 출처: https://dalkora.com/bbs/board.php?bo_table=mag&wr_id=206)


     자유롭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머지 않아 잊혀지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세상의 권력자도, 직장의 상사도, 나 자신도 결국 같은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사라질 존재라면 이 짧은 시간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행동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어깨에 힘 좀 빼고, 한 발 너머에서 가볍게 내 마음을 지켜보고 소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일상을 걸어가야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표범에서 하이에나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