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는 시절

배롱나무

by 맥문동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백일홍은 배롱나무라는 이름이 훨씬 친근하다.

목백일홍은 수피에 자극을 주면 간지럼을 타듯 부르르 떠는 모습이 있어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른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 해 여름도 무척이나 더웠을 텐데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만 기억이 난다.

30년이 흘렀음에도 아빠의 사랑은 생생하다.

퇴근하시면 아빠랑 장난치고 간지럼 태우시니 깔깔 울던 기억.

그런 아빠와의 마지막 길에 이 목백일홍 나무가 붉게 수놓아주었다.

백일홍이 지는 시절 아빠와의 이별을 통해 사춘기이기도 했지만 아주 조용하게 말없이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무소유 책이 내 품에 왔다.

안 그래도 털털한 성격이지만 아빠가 사주신

CD플레이어,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그리고 아빠가 써주신 편지까지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했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사라져 버린 후 속상해하며

그 책을 읽어 내려갔다. 물건에 대한 집착, 어린 나이에 무소유 책을 접해 실천력이 우수한 나는 그 뒤로 물건에 대한 욕심을 거의 놔버렸다. 털털함에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기도 하니 손에 든 물건을 거의 다 잃어버렸다. 그래도 마음이 편안했다. 그 꼬맹이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하면서 말이다.

사실 그 책은 물건에 대한 것보다 아빠를 떠나보내는 시간에 나를 치유해 주던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읽던 모습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저 막연하게 무섭다고만 느껴졌다면 이제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너무 포근하고 편안할 때 죽음을 맞이할 때도 이런 느낌일까 하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되길 기도하는 마음일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그리움이 사라질 줄 알았더니 그도 아니다. 잘 들리지 않는 전화로 아빠를 애타게 부르며 통화가 될 것 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

그리움은 머릿속이나 마음속 어딘가에 어느 영역이 존재하나 보다. 그리움이 꼭 슬픔만 있기보다 이제는 아련함과 평온함도 같이 공존해 있는 것 같다.

목백일홍이 석 달 열흘을 꽃피우고 지기 시작하는 시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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