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앞서는 것은 모델의 일입니다.

by 소망이

저희 집 둘째는 늘 봄에 여름옷을 사고, 여름이 아직 다 지나가기 전에 가을 옷을 사며, 늦가을에는 겨울옷을 삽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달라고 합니다.

패션센스도 뛰어나고, 외모에도 관심이 많은 사춘기 소녀여서 거부권을 행사해도 제가 거의 밀립니다. 본인의 의견이 관철되어 옷을 구매하게 될 때까지 계속 별일 아닌 일에도 짜증을 부리고 저를 설득합니다.


두세 번 거부권을 행사하다 결국 사주게 되곤 하지요. 그래도 아직 비싼 브랜드 옷이 아닌 몇 만 원 내에서 사달라고 해서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늘 생활비 예산을 초과하게 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사춘기 둘째 딸에게 말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던 저의 생각은 밝힙니다.


패션을 앞서는 것은 모델의 일입니다.


평범한 저는 최대한 그 계절 옷을 가능한 길게 입습니다.

봄에 충분히 봄 옷을 입고, 여름엔 여름옷을 입는 거죠.

미리 계절을 앞당겨 사도 정확히 그 계절이 되면 생각했던 온도, 날씨가 아닐 때가 종종 있거든요.


봄인데 여름옷을 사면 봄에도 입을 수 있는 여름옷을 사게 되죠. 그러면 정말 더운 여름에는 다시 또 더 시원한 여름옷을 사야 되더라고요.


조금 더 덧붙여서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물론 사계절이 있지만, 봄과 가을은 온도가 비슷하니 봄 옷과 가을 옷은 굳이 구분이 필요하지 않지요.

여름과 겨울, 그리고 봄/가을 이렇게 세 계절의 옷을 장만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보다 더 미니멀리스트 절약가 분들은 이마저도 더 통합시키기도 하시더라고요.


옷과 관련된 저의 절약 사고방식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옷은 기본 5년 이상은 입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옷장에는 10년이 된 옷도 많이 있습니다. 그 옷들 중에도 학교 선배교사들이 준 옷들도 많이 있어요. 철마다, 해마다 내가 입었던 옷을 다시 단정하게 입고 나가면 느껴지는 안정감을 좋아합니다. 물론 여름 하얀 티셔츠들은 조금 예외인 것 같아요.


전 모델이 아니기에, 그리고 저의 옷을 학생들은 그 한해에만 주로 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5년째 계절마다 같은 옷을 입는데 저랑 찰떡궁합인지 자주 어울린다는 칭찬을 듣기도 해요.

아마 저한테 안 어울리는 옷들, 예를 들면 색감이 안 맞거나(저는 가을 웜톤이어서 옅은 파스텔톤 계열의 옷을 입으면 정말 안 어울려요. 한두 개 있던 옷들은 과감히 재활용함에 넣었습니다.) 불편한 옷들은 정리하고 제 마음에 쏙 들고 어울리는 옷만 옷장에 걸어두고 입고 매일 출근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끔 제가 입고 싶었지만 안 입어본 스타일의 옷이 입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카고 바지라던가, 뒷부분의 절개가 있는 H라인 스커트라든가~

고민하던 어느 날 신랑이 딸들과 저를 데리고 옷가게에 간 적이 있어요. "다들 맘에 드는 것 다 골라~ 오늘 내가 다 사준다. “ 멋쟁이 신랑이 말하네요. 맘에 드는 니트티가 있어 골랐더니 바지도 고르라고 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큰 딸이 카고바지를 골라 주었습니다. 같이 입으니 멋져 보입니다. 그렇게 카고 바지가 제 옷장으로 들어왔고 봄, 가을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카고바지를 입고 기분 좋게 출근합니다. 심지어 한 여학생이 바지가 너무 예쁘다며 어디서 사셨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비슷비슷한 옷을 입다가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 더 신선해 보여서 주목하더라고요.


뒷부분 절개 있는 H라인 스커트는 친한 선배샘이 본인이 샀는데 사이즈가 안 맞다며 저에게 주셨습니다. 조금 쑥스럽지만 집에 있던 오버핏 티셔츠를 함께 매칭해서 입고 나가니 다들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해 주네요.


쓰다 보니 제 주변에는 참 마음씨 곱고 바라봐주는 눈이 고운 사람들이 많네요. 그래서 더 당당하게 오래된 옷도 잘 입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이전 03화소비지연의 매력을 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