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둘째와의 대화내용입니다.
“엄마, 나 침대 사주면 안 돼? 안 된다고 바로 하지 말고 한번 들어봐. 내 방에 있는 물건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 있던 것들이잖아. 내가 가지고 싶어서 엄마, 아빠가 사준 가구는 한 개도 없잖아. 그런데 이제 정말 침대가 갖고 싶어.”
아, 그렇습니다. 둘째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은 다 둘째 나이보다도 오래된 것들입니다. 둘째가 지금 13살이니 최소 13년 이상된 것들이네요.
유일하게 몇 년 안 된 책상이 있는데 그것도 둘째가 원래 있던 책상 싫다고 화이트 톤의 책상 갖고 싶다고 해서 본인이 용돈 모아 산 거예요.
침대가 필요하다는 초6인 둘째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그러나 현재 생활비에서 침대를 사 줄 돈도 계획도 아직 없습니다. 저도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딸,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엄마도 너의 침대를 사주고 싶어. 올해가 지나면 드디어 우리 집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내년에 침대 꼭 사줄게. 조금만 기다려 줄래? "
그리고 바로 쿠팡에서 침대를 검색했습니다. 화이트톤의 튼튼해 보이는 슈퍼 싱글 침대 가격이 15~20만 원 정도더라고요.
보여주며 물어봤습니다.
“딸, 이 정도 침대면 될까?”
다행히 좋다고 하네요. 이렇게 전 플래너앱에서 2026년 3월을 검색하고 ‘둘째 침대 사주기‘를 적어 놓습니다. 내년의 제가 다시 인색해지면 안 되니까요.
예산이 없으면 미루기, 예산이 있어도 지금 당장 없는 것이 아니면 미루기
이렇게 소비지연의 매력을 날마다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최다혜 작가님이 ‘모자 쓰고 나가면서 모자 사지 않기‘라는 모토를 좋아한다고 한 후로 저도 쇼핑을 할 때 늘 되새깁니다. 있는데 더 사지 않기.
그래서 저희 집은 쟁여놓은 것이 없습니다. 쿠팡 배달이 언제 되나 확인하고 가능한 늦게 주문합니다. 그래도 사실 생각보다 샴푸는 며칠 더 쓸 수 있고, 쌀통에 쌀도 며칠 더 먹습니다. 최대한 늦게 사놓은 샴푸도 며칠이 일주일은 지나야 개봉하게 되고, 쌀도 쌀통에 붓기까지 일주일은 걸립니다.
왕 J인 저이기에 지연을 해도 그래도 부지런합니다. 그렇기에 늘 소지연을 하며 살자 다짐합니다.
오늘 아침 지난주 일주일 생활비 예산을 다 사용해 미뤄뒀던 칫솔과 물티슈를 구매했습니다. 며칠을 미뤄뒀다 필요한 것을 주문하니 즐거웠습니다. 속으로 '칫솔과 물티슈를 구매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생각하며 주문했습니다.
네, 소비지연을 습관화하다 보면 칫솔과 물티슈처럼 기본 생필품을 주문하는데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