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친절 - 아이스크림 쏘기

by 소망이

어제 학교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7시간 동안 운동장에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담임이니까 주로 저희 반 학생들이 앉아있는 스탠드 뒤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병가를 내고 집에 있었고, 그전 3년간은 고3담임이 이서 체육대회날 근처 공원으로 졸업앨범 사진 찍으러 가서 못 봤고 생각해 보니 4년 만에 참석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체육대회가 약간 명랑운동회 스타일이어서 지겹지 않고 재미있어서 그런지, 날이 선선하니 바람이 딱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 반 학생들이 사랑스러워서 그런지 7시간 동안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저희 반은 군복 스타일의 옷을 선정해 입었습니다. 줄이 네 개이니 병장 군복이었죠. 저도 입었는데 생전 처음 입어보는 군복 스타일이 제법 잘 어울리더라고요. 제가 가을웜톤인데 톤 다운된 풀색이 저와 잘 어울리는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선생님들이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훈수를 두거나(군복엔 반팔이 없다, 이 군복은 십 년 전 군복이다), 볼 때마다 거수경례를 해주셔서 재미있었어요. 저도 처음엔 쭈뼛쭈뼛 인사했는데 한 열 번 하고 나니 거수경례가 익숙해지더라고요.


어쨌든 군복 입은 18살 여학생들은 입장 퍼레이드도 단합해서 멋지게 해내고, 그 후에 있던 많은 경기도 서로 응원하며 최선을 다해, 그리고 즐겁게 임했습니다. 그러나 즐기는 것과 잘하는 것이 꼭 똑같을 수는 없죠.

너무 멋진 자세로, 유쾌하게 했지만 다른 팀들과는 큰 차이로 꼴등을 하고 있었고, 폐회 40분 전 즈음에는 출전할 경기가 남아있지 않았어요.


‘아~ 이럴 때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면서 다른 팀 경기 보면 되겠구나’라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교 매점으로 우리 반 학생 몇 명을 데리고 갔고 아이스크림 32개를 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막대 아이스크림. 일명 하드인데도 한 개에 천 원을 받더라고요. 빠삐코는 천삼백 원이었어요. 마트에서 살 때보다 많이 비쌌지만 지금 시원한 것을 바로 사서 먹을 수 있는 장점에 돈을 더 낸다 생각하고 33,000원을 제 용돈에서 지출했습니다.


학생들은 제 예상보다 훨씬 기쁘게 받았고, 쑥스러울 정도로 고마워했습니다. 심지어 종례 때 이런 인사까지 받았어요.

" 저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신 00 선생님께 인사“


요즘은 웬만한 간식을 사줘도 브랜드가 내가 먹던 것이 아니네 하며 불만족하는 학생들이 많다던데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에 제 마음을 전달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 담긴 환한 미소를 31번 봤으니 참 수지맞는 장사였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주 제가 베푼 호의는 체육대회날 우리 반 학생들에게 사준 아이스크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