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생존기
그 후 친정은 이사를 갔다. 현금으로 산 아파트에서 빌라로, 그리고 언덕 위 빌라로~ 이 집은 화장실이 집 안에 없어서 1층에 있는 야외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겨울이면 엄마는 화장실에 밤에 가기 위험하고 춥다고 요강을 하나 사서 볼일을 보셨다.
난 마음이 짠하고 안타까웠는데, 엄마는 빚만 많고 빌라에 살 때보다 지금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고 하셨다.
(다행히 지금은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방 2개와 거실이 있는 작지만 깨끗한 빌라에 사신다. 월세이긴 하지만~)
엄마는 그곳에서 늘 새벽기도를 가셨고, 출산휴가 마치고 바로 복직한 나를 대신해서 우리 딸을 봐주기도 하셨다.
아빠는 선물투자에서 손을 완전히 떼시고, 도시락 배달, 간판가게 조수, 도시락 포장일 등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으신 일들을 묵묵히 배워가며 성실하게 해 나가셨다. 지금은 70이 훌쩍 넘으셨는데도 건물 관리직에 취직해서 엄청 성실히 월~토요일까지 하고 계신다.
00 은행 지점장, 그리고 사모님으로 살아오셨지만, 단 한 번도 왜 내 인생이 이렇게 망해버렸냐라고 한탄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아빠는 젊을 때보다 더 엄마를 소중히 대하셨고, 예배와 기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장로님으로 변하셨다.
돈만 생각하면 완전히 마이너스 인생이지만,
아빠가 변하셨고,
내가 변했으니 영원의 관점에서는 완전 수지맞은 인생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