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생존기
내가 버림받지 않았다는 사실.
내 모습 이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변화시켰다.
조울증 약을 한 달 정도 먹고 있다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어 걱정돼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에게 여쭤봤더니 내가 처방받아먹은 약의 이름과 용량, 복용 시기로 판단해 볼 때 일반 산모가 장애아를 낳을 확률과 비슷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해주셨다.
여전히 아빠가 내 이름으로 00 머니에서 진 빚이 있고, 결혼할 때 이 빚만큼은 갚아야 된다고 넘기신 빚 1억이 있지만,
엄마가 수술 후 다행히 인공항문을 달지 않아도 돼서 감사하고, 나의 의료보험증으로 지원받으며 치료받으실 수 있어 감사하고,
결혼했으니 이 빚은 우리의 빚이라고 말해주며 함께 갚아나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듬직한 신랑이 있어서 감사하고,
아빠가 나의 결혼식 후 선물투자를 그만두신 것도 감사하고,
고지혈증으로 생리도 멈췄었는데 다시 건강해져 첫째를 임신한 것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완벽주의 착한 크리스천이라는 틀 속에 평생을 살았을 나를 꺼내주시고,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있음을 절절히 깨닫게 해 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아직 빚이 내 교사 초년생 월급에 비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다시 파란 하늘을 보며 파래서 예쁘다고 느낄 수 있고,
학교 급식을 먹으며 동료 샘들과 도란도란 대화 나눌 수 있고,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영어를 가르칠 수 있으니 그러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3년간의 조울증을 겪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마음으로 살아봤기에 경제적 빚만 많은 것은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난 거의 20년간 친정 빚, 신랑 사업 빚, 주택담보 대출 빚해서 거의 4억 원 이상의 돈을 갚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연재 브런치에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