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급식 뭐 나와요?”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들도 나도 식단표를 살펴본다. 오늘의 메뉴는 치킨마요 덮밥, 김치 그리고 회오리 감자.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화를 도와줄 끓인 누룽지와 더위를 식혀줄 수박까지! 급식은 맛있고 영양소까지 풍부하다. 국과 밥, 반찬 세 개 그리고 간식까지 챙겨 먹기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밥을 먹는 것을 본다. 반찬을 하나도 먹지 않고 밥만 먹는 학생도 있고 밥을 꼭 국에 말아서 먹는 학생도 있다. 김치와 채소 반찬까지 골고루 먹는 학생도 있지만 밥 한두 숟가락에 급식과 함께 나오는 주스나 케이크, 과일 같은 간식만 먹는 학생도 있다. 급식 지도에 열을 올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먹기 싫은 반찬이라도 한 입만 먹어보자고 권유하고 마는 편이다. 아이들은 맛있는 밥을 먹기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운동장에 나가 놀거나 집에 가고 싶어 한다.
오 분에서 십 분이면 밥을 다 먹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거나 반찬과 밥을 몽땅 남기고 죄지은 표정으로 남은 음식을 정리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삼십 분 넘게 자리에 앉아 국과 밥, 반찬 세 개 그리고 간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은 특히 김치를 좋아해서 어떤 종류의 김치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학생이 얼마나 김치를 좋아하는지 알기에 늘 김치를 산더미처럼 쌓아주고는 했는데 학생은 단 한 번도 김치를 남긴 적이 없다. 학생이 밥을 먹는 방법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학생은 가장 좋아하는 김치를 먼저 다 먹고 나서야 반찬과 국을 먹었고, 국과 김치를 포함한 모든 반찬을 다 먹고 나면 그제야 밥을 먹었다. 그러니까 마지막에는 반찬이나 국 없이 밥만 먹었던 셈이다. 밥을 한 숟가락도 먹지 않고 산더미 같은 김치를 샐러드처럼 먹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늘 참지 못하고 밥과 반찬을 같이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했다. 밥 없이 반찬만 먹는 것도 반찬 없이 밥만 먹는 것도 모두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반찬과 밥을 같이 먹으면 훨씬 맛있을 텐데…. 맛있게 안 먹고 왜 저리 먹을까? 짜지도 않을까?’ 마음속에서는 반찬과 밥을 함께 먹는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묘한 압박감이 일었다.
학생과 일 년 반 정도를 함께했을 무렵 세상은 체중 관리나 혈당 관리를 위해 탄수화물보다 단백질과 채소를, 그러니까 밥보다 반찬을 먼저 먹거나 반찬과 밥을 따로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행히도 반찬과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독불장군 같은 나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은 채 김치에서 시작하여 국과 반찬, 밥의 순서로 맛있게 점심을 먹는 학생을 바라보았다. 사실은 학생이 밥을 먹는 방법이 ‘올바른’ 방법이었던 걸까? 하지만 반찬과 밥의 순서와 상관없이 저렇게 김치를 한꺼번에 먹는 게 과연 좋은 걸까? 너무 많은 나트륨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밥을 함께 먹는다고 나트륨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사실은 처음부터 어떻게 먹든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는 내가 하던 대로 아무 의심 없이, 내가 알고 있는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며칠 전에 집에 자동 쓰레기통을 하나 마련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는 남편의 습관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버린 쓰레기는 자주 쓰레기통 뚜껑 위에 있거나 쓰레기통 입구에 걸쳐져 있고는 했는데 쓰레기통 안에 쓰레기를 버리라고 아무리 말해도 남편의 습관은 고쳐지지가 않았다. 빠르고 정확하게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는 쓰레기통을 산 이후에는 남편의 쓰레기도 모두 쓰레기통 안으로 잘 들어가고 있는 중이니 이보다 더 다행일 수 없다. 만약 그럼에도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슬펐을 것 같다.
결혼을 한지 삼 년 차가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 다른 게 많다. 서로 맞추어 나가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남편처럼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덤벙대는 동생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언니, 나나 형부는 여기저기 좀 어질러져 있는 게 전혀 거슬리지가 않아. 그거 거슬리는 것도 언니 기준이잖아. 그게 꼭 맞다고 할 수 없는 거야.”
오늘 저녁으로는 생선구이와 함께 쌈밥을 먹으려고 마트에서 쌈채소를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에 유명한 백숙집에서 맛있는 된장을 샀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미 맛있는 된장에 청양고추와 양파를 송송 썰어 넣고 내가 모르는 수 개의 양념을 가미해 더 맛있는 쌈장을 만들었다. 생선 비린내에 취약한 남편은 가자미 구이를, 세상에서 고등어가 최고로 맛있는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나는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내가 잘 못 먹는 생양파를 쌈장에 푹하고 찍어 맛있게 먹는 남편을 바라보며, 식습관은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릴 줄 아는 게 맞지 않냐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라고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다 관두었다. 남편이 만든 쌈장은 참 맛있었고, 오랜만의 건강한 저녁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