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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머리오리 Jan 31. 2021

£ 3-6. 마감재의 선택, 집주인의 품격을 좌우합니다

집, 가족, 그리고 어느 한 남자의 사는 법

전원주택생활에서의 장점을 들라고 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한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경제적인 부담이나 시공상의 문제 등으로 다소 타협도 하지만, 대부분 친환경적 재료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건축주가 내․외부 마감재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어 시공업자의 처분에 맡겨두면, 그 집은 결국 건축주가 애초 의도했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집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일이 종종 그렇듯이 어쩌면 속아서 경제적 손실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발 물러서서 건축업자가 정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가 건축주의 입장일 수는 없습니다. 건축업자는 이윤과 시공의 편리성을 먼저 염두에 두기 마련입니다.


시공과정에서 건축주와 건축업자 간에 종종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도배나 바닥재 시공 등 내부 마감재의 시공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건축주의 책임이 큽니다. 구조체의 시공에 비하면 마감재의 시공은 부차적이라 생각해 계약사항의 확인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확인해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덧붙여 둘 것은 시공재료에 대한 건축주의 이해입니다. 건축주가 시공재료의 특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 시공업자가 추천하는 바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품질은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시공업자는 자신이 시공하기에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을 추천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견적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함은 물론, 각각의 마감 재료의 특성이나 장단점 등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가적인 식견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소 신경 쓰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살기 좋은 내 집을 짓고자 한다면 그 정도는 알아 두어야 합니다. 전원주택 건축에서 수많은 마감재가 쓰일 것이나 필자의 식견이 그에 미치지는 못하므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내·외벽마감재 및 바닥재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외벽마감재

주택건축에서 내·외벽마감재의 처리는 우리가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이 달리 느껴지듯, 주택건축에서 마감재의 선택은 그 주택의 품격을 좌우합니다. 이렇게 보면, 내・외벽마감재의 선택은 구조체나 여타의 시공상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감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시공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내・외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잘 지어진 집은 ‘주인을 닮은 집’입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날 때 그것은 ‘잘 지어진 집’이며, ‘주인을 닮은 집’이며, ‘살기 좋은 집’이 되는 것입니다. 외벽마감재를 외투라 한다면 내벽마감재는 속옷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주택의 외부마감은 집주인의 외투를 그려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집주인의 취향과 품격에 맞는 외벽마감재의 선택이 필요한 것입니다. 


주택은 오랫동안 가족이 머물며 살아가는 주거공간입니다. 따라서 기능 못지않게 외관 또한 주택다워야 합니다. 지붕이나 벽체, 출입문, 내・외벽마감재 등을 너무 무겁고 웅장한 느낌이 드는 재료로 시공하면 중압감이 들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과 조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 휴양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카페나 펜션과 같은 분위기를 낸다면 당장 타인의 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이런 형태는 유행에 상당히 민감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식상해질 뿐만 아니라, 너무 가볍고 경망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질감이나 색상 등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느낌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벽돌이나 석재, 콘크리트, 회벽, 목재, 판재 등의 질감에서 오는 무겁거나 가벼운 느낌, 진하고 어두운 또는 옅고 밝은 색상에서 오는 시각적 효과들을 잘 조합해야 합니다.


근래 전원주택 건축에서는 외벽마감재로 징크나 시멘트사이딩, 세라믹사이딩, 스타코플렉스, ALC패녈 등의 재료들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모던한 느낌을 주는 재료들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재료가 사용되겠지만 어떤 재료를 외벽마감재로 선택하든, 재료의 내구성, 내화성, 단열성 등은 물론 통기성이나 항균성, 친환경성, 관리유지의 수월성, 오염방지기능 등 여러 부분에 걸친 검토를 걸쳐 최적의 재료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내벽마감재

내벽마감재는 건강한 재료를 선택해야 합니다. 사람이 속옷을 잘 입어야 몸이 건강한 것과 같습니다. 벽체의 내부마감은 종이 벽지, 발포 벽지를 포함한 합지, 실크 벽지 등의 벽지 마감이나 페인트 마감이 일반적이며, 일부분 목재나 목재, 벽돌, 타일, 콘크리트, 유리, 3D 벽지 등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닥재

바닥재는 촉감이 우선입니다. 바닥은 벽체나 천장과는 달리 거주자의 신체가 직접 접촉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마감재 또한 이런 특성에 맞게 선정되어야 합니다. 벽체나 천장이 시각적인 측면에서 재료의 색감이나 질감을 우선으로 고려하여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면, 바닥재는 촉각적인 부분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발로 디뎠을 때 거실 바닥이 너무 차거나, 축축하거나, 미끈거리거나, 끈적거린다면 아무리 시각적으로 탁월한 것이라 해도 좋은 바닥재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내구성과 경제성, 친환경성 등의 문제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입니다.

바닥마감재 또한 최선의 재료는 없습니다. 장단점을 모두 살펴야 할 것이나, 바닥재는 직접 피부에 접촉되는 시간이 많은 만큼, 무엇보다 촉감이 좋고, 친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됩니다. 미감보다는 촉감을 더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낭패한 사례 1>

필자는 집을 지으면서 내구성과 내화성의 확보라는 부분에서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건물의 평면구성이나 구조체에는 관심을 두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단열재나 마감재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한 문외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열재와 마감재의 구분도 제대로 안 되는 상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벽마감재의 시공은 건축업자가 권하는 대로 하게 되었는데, 결국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흔히 말하는 드라이비트공법으로 시공을 한 것입니다. 이 공법은 스티로폼을 벽체에 붙이고 매쉬망으로 감싼 다음 도료 뿜칠이나 미장으로 마감을 하는 공법입니다. 재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외단열과 마감을 동시에 하게 되므로 공정이 줄고, 시공 또한 간단하며, 단열성 또한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화재에 극히 취약한 단점이 있는 공법입니다. 쥐가 벽체 속 스티로폼을 갉으며 들어가 구멍을 내기도 하고, 어쩌다 물건이라도 옮기다가 부딪히면 벽체에 구멍이 나기도 합니다. 태풍이 오면 벽체 전부가 떨어질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스티로폼으로 외벽이 마감되었기 때문에 불씨라도 조금 닿으면 급격히 연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공법을 권한 건축업자가 이런 취약점을 몰랐을 리는 없었을 것이나, 그렇다고 어떤 의도가 있어 그랬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단열성이 뛰어난 공법이라고 알려져 많은 전원주택 건축에서 이 공법을 사용하기도 했었고, 필자가 넉넉하지 못한 건축비 문제로 건물의 규모를 줄여야 하나 어쩌나 하면서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권한 것이라고 이해하기에 그렇습니다. 그 결과는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입니다. 건축자재에 대해 문외한인 탓이고, 또 소홀히 한 결과입니다. 한 푼이 아쉽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이런 외단열 공법은 일부 중대형건물에서도 채용되었는데, 2010년 부산 고층 오피스텔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그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유사한 화재 사건이 몇 차례 있어 이제는 법령으로 규제되고 있지만, 일반주택의 경우는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 공법은 아직도 널리 채용되고 있습니다.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단열성 높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공법이기는 합니다만, 대단히 위험하고 취약한 공법이니 주택건축에는 부적합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아무튼 필자는 선택을 잘못해 큰 손실을 봤습니다. 직업상 이런 형태의 위험을 수시로 대하는 현직소방관이었던 필자도 이처럼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데, 일반의 건축주들이 어찌 그리 잘 알 수 있겠는지요. 설혹, 그것을 인지했다고 해도, 비용의 문제 앞에서 그 마음은 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안할 것입니다. ‘좀 조심하면 되지 뭐.’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소홀히 한 선택은 반드시 불행한 보복이 따릅니다.

3년 전, 아내의 퇴직급여 중 일부를 쪼개어 외벽 수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전한 전원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큰 손실이었고, 어이없는 시행착오였습니다.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수리 기간에 겪은 불편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낭패한 사례 2>     

내친김에 시행착오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앞마당과 현관 출입구 부분에 설치한 목재 데크(Deck)와 관련한 것입니다. 목재 데크 또한 앞서 소개해 드린 드라이비트공법의 사례 못지않게 화재에 취약합니다. 목재의 특성상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재료임은 물론이고, 설치 후에도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오일스테인을 주기적으로 칠하기 때문에 특히 인화성이 높습니다. 도심 주택가 지역에서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농산물 소각행위 등이 빈번한 농산간 지역에서는 작은 불티로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입니다.

목재 데크가 여타의 재료에 비해 설치비용이 다소 저렴하고, 보수가 쉬운 편이며, 친환경적 미관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으나, 재료의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지며, 최소 2년에 한 번씩은 오일스테인 처리해야 하는 등 유지관리에 번거로움이 많은 것은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보다 데크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데크의 시공 특성상 아랫면에는 공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자연스럽게 이곳은 각종 벌레가 끼고, 그에 따라 가끔 쥐나 두더지가 드나들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몇 차례 쥐가 눈에 띄어도 그저 ‘시골에 쥐 있는 것이야 당연한 거지 뭐’ 이렇게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어느 화창한 봄날, 필자는 빨래를 널러 마당으로 나갔다가 데크 틈새로 목을 내밀고 있는 뱀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지렁이, 벌레들이 꾀니 두더지, 쥐들이 자리를 잡고, 뒤따라 뱀이 찾아든 것입니다. 비록 독뱀은 아니라고 하지만, 뱀을 데크 아래 두고 편히 잠이 들 수 있었겠는지요.

결국 처음 집을 지을 때 설치했던 목재 데크를 모두 뜯어내고 현무암 판재로 교체해야 했습니다. 목재 데크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미관이 좋다는 이유로 많이 설치되기는 하지만, 전원주택에는 결코 설치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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