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족, 그리고 어느 한 남자의 사는 법
단독주택은 공동주택과는 달리 여러모로 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수도나 전기, 가스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리사무실에 연락하면 대부분 해결되지만, 단독주택은 집주인이 직접 손을 보아야 합니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기술자를 불러 해결해야겠지만, 사소한 부분까지 전문가의 손을 빌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시간 낭비 또한 클 것입니다. 따라서 기초적인 수공구 정도는 갖추어 놓아야 합니다. 또, 정원수를 가꾸거나 마당 한쪽에 채소라도 몇 포기 기르려면 전지가위, 톱, 낫, 도끼, 호미, 삽 등의 농기구들이 필요하고, 눈이 올 때를 대비한 제설 용구나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재활용품을 담아둘 용기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물품들을 저장해 둘 넉넉한 공간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고나 다용도실 등이 주택에 딸린 부수적인 부분이라 하여 그 기능이 소홀히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택에서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은 대체로 이런 공간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만약 자가용 승용차에 콘솔박스나 트렁크 등 적절한 수납공간이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사후에 수납공간을 설치한다고 해도 그리 멋진 모습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주택 또한 이와 같아서 실내 수납공간이나 다용도실, 외부창고 등이 적절히 설치되어있지 않으면 생활에 상당한 불편은 느끼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을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쉬운데, 사후에 이런저런 공간을 마련하다 보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함은 물론, 주택의 전체적인 조화를 잃기 쉽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처음 시작이 중요합니다. 아랫돌을 잘 괴어야 윗돌이 바르게 서는 것처럼, 집을 짓는 것은 초기설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초기설계단계에서부터 이런 공간의 설치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살기 좋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세심히 고려해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원주택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건축물의 구조나 각 거실의 평면배치, 실내 장식, 정원조성 등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적 효과가 확실한 실내 장식이나 건축물의 외부 전경 등은 빈번히 소개되는 부분입니다. 나름의 특징을 갖춘 수많은 아름다운 집들이 소개됩니다. 그야말로 ‘멋진 집’입니다. 그러나 실생활의 편익을 위한 공간을 갖추는 것에 대한 소개자료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살기 좋은 집짓기’는 집주인이 일상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지, 남들이 보기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자 함은 아닙니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필요한 편익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살기 좋은 집짓기’에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용도에 맞는 적절한 공간이 넉넉히 마련될 때 비로소 그 삶은 여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창고는 거실 등의 거주공간과는 달리 난방이나 단열 등의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부지 내 적절한 위치에 별도의 구조물로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채 안에 창고를 설계하게 되면 건축비 상승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공간의 활용이나 효용 측면에서도 낭비 요인이 됩니다. 조립식 건축물이나 주택형 컨테이너를 설치하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박스형 컨테이너는 외관이 좋지 못하고 내구성도 떨어지니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화목용 난로를 설치하는 경우라면 화목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화목을 처마 밑 벽체에 기대어 외부에 쌓아 두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남 보기에 언뜻 운치가 있어 보일 수는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비가림막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빗물이 스며들어 화목이 썩기 쉽고, 이에 따라 벽체가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이 지저분해지며, 거미줄이 쳐지고, 새들이 둥지를 틀고, 각종 벌레나 쥐들이 들끓게 됩니다. 심지어는 쥐들이 벽체를 갉아 손상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 또한 필자가 겪은 시행착오 중의 하나입니다.
실내 또한 넉넉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용도실이 될 것입니다. 다용도실은 주방이나 거실과 동선이 쉽게 연결되는 위치에 적정한 규모로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규모가 큰 하나의 다용도실보다는 작은 규모로 복수의 다용도실을 설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고, 계단 하부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수납공간으로 구성하면 좀 더 넉넉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