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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meLee Jan 23. 2023

경험이란 울타리에 갇히다.

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목차  
1. 어른은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2. 대상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3. 관계란 무엇인가?  


 작년에 e비즈북스와 연이 닿아 노션 책을 출판했는데, 생일에 출판사 담당자님께서 <어린왕자> 책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출판사 측으로부터 계속 받기만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같은 책이라도 현재의 "나"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게 보인다. 어린 시절에 본 <어린왕자>는 성장 소설에 가까웠지만, 어른의 시선에서 다시 읽어보니 자신을 되돌아보는 책이 됐다.


 <어린왕자>는 순수함을 간직한 어린왕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 즉, "어른"인 우리에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과거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과거로부터의 여행을 끝마치고 오면, "어렸을 때의 나는 이랬구나..."라는 여운과 울림이 남는다. 책의 분위기는 흡사 동화와 같다. 그렇기에 내용이 지루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동시에 아이의 세상이 더 와닿게 된다.

제목 : 어린왕자
저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출판사 : 필로소픽




어른은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아이와 어른,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기준이 다르다. 어른은 지난 삶의 경험을, 아이는 상상력을 토대로 세상을 이해한다. 이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인간은 나이를 먹어가며 이성적 사고를 내릴 수 있는 능력도 커진다. 또한, 살아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수많은 지식을 쌓아간다. 그리고, 이는 추론과 예측의 데이터로 활용한다. (1) 이성적 판단 능력 향상과 (2) 경험 및 지식의 축적, 이 둘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 결과적으로 어른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접근한다.

 

 경험 기반의 사고는 비예측적인 부분에서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어떤 상황에서 A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결과가 박살이 났다. 그러면, 동일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A가 아닌, B라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A라는 선택은 좋지 못한 것을 이미 "경험"했기에, 이를 회피함으로써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경험 기반의 사고는 양날의 검이다. 경험은 이성적 판단을 도와줌과 동시에 판단 영역에 한계를 둔다. 이성적 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어른은 어떠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경험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를 바꿔 말하면, 사고의 영역이 경험이란 울타리 안에 놓이게 된다. 벗어나야 함을 의식적으로 느낄지라도, 우리의 이성적 사고는 무의식 상에서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경험 기반 사고는 "실패 가능성"을 줄여줄 뿐,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성공을 가능케 하는 선택지는 무궁무진하지만, 자칫 경험이란 울타리 안에 있는 선택지만을 고려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실패를 피할 수 있다!


대상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저기.. 양을 한 마리 그려줘!"
"뭐라고!"...(중략)...

"자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그런데 나는 그 어린 그림 감정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내가 갖고 싶었던 게 바로 이런 거야! 이 양한테 풀을 많이 주어야 할까?"

 <어린왕자> 책을 말하면, 누구나 양의 이야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국룰적인 소재다.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 그의 요청에 많은 양을 그리지만 모두 거절(?) 당하고, 화가 난 나머지 상자를 그려줬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상자를 보고 만족해한다는 이야기.


 "상자"는 "양"이 될 수 있는가? 두 눈으로 아무리 봐도, 상자는 양이 아닌 상자다. 하지만, 어린왕자에게 상자는 양으로 느껴진다. <어린왕자>에서는 이렇게 대상의 본질이 어디에 기인하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코키끼를 삼킨 보아뱀, 양으로 보이는 상자, 정원에 수 놓인 장미꽃이 어린왕자의 장미꽃 사이의 차이

이런 사례를 통해 <어린왕자>는 "대상의 본질은 피상적인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를 전달한다.


 피상적 영역으로 본질을 정의하는 이유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경험"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상의 본질은 시각적 정보만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인간은 주된 정보를 시각에 의존한다. 애초에, 가장 빠르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피상적 영역 너머를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경험"에 학습된 어른은 대상을 보는 순간에 바로 규정짓는다.


 어른의 해석은 흡사 문제의 채점과 같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바를 토대로 모범 답안을 만들고, 이 모범 답안과 대상을 빠르게 비교해 해석한다. 예를 들어, (1) "의사는 대게 흰 가운을 입고 있다"라는 경험과 정보에 기반해 (2) 가운을 입은 사람을 보는 순간부터, 바로 (3) 상대방은 의사라고 해석한다.


 반면, 상상력에 기반해 세상을 보는 아이는 어떠한 현상을 보고, 상상력을 통해 해석한다. 경험이란 테두리가 없기에, OX가 아닌 주관식 문제로 변하며 자신만의 답을 도출한다. 그렇기에 피상적 영역 너머까지 쉽게 나아가고, 대상의 본질에 더 접근할 수 있다.





관계란 무엇인가?

저길 봐!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안 먹어. 나한테 밀은 쓸모가 없어. 밀밭이 내 머리에 떠오르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하지만 네 머리칼은 밀밭처럼 황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황금빛 밀이 너에 대한 추억을 떠오르게 할 테니깐. 그러면 난 밀밭의 바람 소리를 좋아하게 될 거고...

 단어를 나만의 관점으로 정의하는 건 재밌는 일이다.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어린왕자>를 통해 새롭게 정의된 단어는 "관계"다.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관계"를 "대상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밀밭에서 만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관계"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여우에게 밀밭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지만, 어린왕자와 관계를 맺은 이후부터는 밀밭이 어린왕자를 떠오르게 만드는 존재가 된다. 즉, 그와의 관계 유무를 통해 밀밭을 바라보는 시선이 재정의 된다. 마찬가지로, 어린왕자가 떠난 후에 조종사가 보는 밤하늘의 별은 달라진다. 이전까지, 별은 그저 하늘에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어린왕자를 만난 이후에는 그를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 존재가 된다.


 이런 정의에서 봤을 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떠한 관계를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제까지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밀밭과 별이 오늘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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