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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meLee Jan 07. 2023

죄를 저질렀기에 벌을 받는다.

주홍글씨 - The Scarlet Letter

목차 
1. 죄를 저질렀기에 벌을 받는다.
2. 죄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3. 인격을 지닌 자, 벌을 피할 수 없다.


 북 인증 스터디를 운영을 시작하고, 벌써 2개월이 지났다. 책을 읽는 환경을 반강제적으로 만들기 위해 스터디를 개설했지만, 다른 스터디원의 감상평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터디원 중 한 분이 <주홍글씨>를 읽고 남긴 감상평을 보며 "도덕"이란 키워드가 와닿아서, 따라 읽었다.


제목 : 주홍글씨
저자 : 너새니얼 호손
출판사 : 문예출판사

 이 책의 내용은 흡사 아침 드라마와 같다. 헤스터와 딤즈데일 목사, 둘은 간음이란 죄를 저질렀다. 헤스터가 죄가 드러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는다. 반면, 딤즈데일 목사는 죄가 들통나지 않았지만, 마음의 짐을 얹으며 살다가 결국 사람들 앞에서 죄를 밝히고 기력을 다해 죽는다. 





죄를 저질렀기에 벌을 받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가슴에 주홍글씨가 있다. 주홍글씨의 피상적 정의는 “그 사람이 죄를 지었음을 보여주는 징표”지만, 근본적 정의는 “자신을 향한 죄의식”을 뜻한다. 작중에서 가슴에 손을 대는 딤즈데일과,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숨기려는 헤스터, 이 둘의 모습이 자주 교차된다. 즉, 주홍글씨는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 죄를 저지른 자의 가슴에 언제나 존재한다.


 죄의식이 있는 자는 죄에 걸맞은 벌을 받을 때, 내면은 편안해진다. 죄가 밝혀져 사회로부터 핍박받는 헤스터보다, 딤즈테일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헤스터는 자신의 죄를 세상에 밝혔고, 그에 걸맞은 벌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벌에 의한 고통이지, 스스로를 향한 고통이 아니다. 하지만, 숨겨진 죄를 안고 사는 딤즈테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의 고통이 심해진다. 죄를 밝히지 않았고, 이에 합당한 벌을 받지 않았기에, 그의 죄는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벌은 죄의 종착점과 같다. 작중에서 헤스터는 주홍글씨를 새겨진 이후에도 꾸준히 선행과 봉사를 베풀었고, 마을에서 헤스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라졌는데, "A"라는 글씨가 "Adultery(간음죄)"가 아닌, "Angel(천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존재했다. 즉, 헤스터는 충분한 벌을 받았기에, 그녀가 저지른 죄는 사라져 갔다. 


 인간이 죄의 종착점을 도착하게 만들도록, 죄의식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물리적인 고통이 아니더라도, 죄를 저지른 자는 죄의식이란 내면적 고통을 끝없이 받게 된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죄, 그 자체를 없애는 것 밖에 없다고 느끼며, 결국 죄를 없애기 위해 벌을 찾는다.


죄를 사하는 다른 방법도 있긴 하다.




죄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벌"을 내리는 주체가 나, 자신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죄를 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벌이 가하는 "고통"이라고 한다면, 딤즈데일 스스로 겪는 죄의식도 벌의 영역에 포함된다. 더군다나, 마을에서 존경받는 목사이기에, 그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클 것이다. 실제로, 그는 심리적인 고통을 안고 살았고, 자신의 죄를 토해내는 순간에 기력을 다해 죽음을 맞이했다.


 벌은 목적이 아닌, 죄를 사하는 수단으로써 존재한다. 그렇다면, 벌을 내리는 주체가 자신이 될 수 없는 이유도 "죄"에서 찾아야 한다. 죄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죄의 정의는 "사회가 합의된 기준에서 어긋나는 행동"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합의의 대상은 법, 종교, 문화 등 다양하다. 사회 구성원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는 바를 행했을 때, 죄는 생기지 않는다. 즉, 죄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회 의존적이다. 벌의 본질은 죄에 기반하며, 죄의 본질은 사회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벌을 내리는 주체도 사회일 수밖에 없다.


삼진 에바급




인격을 지닌 자, 벌을 피할 수 없다.

 개인의 인격은 사회에 기반한다. 사회의 기준이란 테두리 안에서 각자 다양한 인격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사회가 "간음을 저지르면 안 된다"라는 기준을 세웠기에, "간음은 나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인격이 생성된다. 


 헤스터는 딤즈데일에게 벌을 받는 대신, 다른 세상으로 도망치자는 말을 한다. 그리고, 딤즈데일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 순간, 그는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숭고한 말이 아닌, 비난과 욕설을 퍼붓고 싶은 욕망이 떠오른다. 이는 그의 선택이 곧 자신의 인격을 버리려는 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벌을 "받지 않은 것"과"도망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전자는 자신이 현재 사회에 속한 상태이지만, 후자는 사회에서 벗어난 상태다. 벌을 받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인격을 가진 체, 죄의식으로 고통받는다. 하지만 벌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자신의 인격, 그 자체를 부정함을 뜻하는데, 이는 인격의 기반인 사회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주홍글씨>의 핵심 키워드인 죄, 벌, 죄의식 등은 모두 도덕적 범주에 속한 단어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단어이기도 하다. 다만, 이 당연함을 나만의 언어로 치환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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