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햄릿
목차
1. 햄릿을 읽다.
2. 계산적인 복수
3. 딜레마 속에서 선택하기
책은 집필할 시점의 문화가 반영된다. 그렇기에, 과거에 집필된 책 중에서 현재 문화와 맞지 않아 뒤편으로 밀려나는 책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각광받는 고전작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책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사유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전작을 좋아한다.
비록 책이라는 것이 작가의 상상에 기반한 이야기일지라도, 허구 속 이야기가 항상 해피 엔딩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트리기 위해 냉소적인 결말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으로서 가장 먼저 깨닫는 부분은 나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며,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나는 F가 아닌 T인 거 같기도...
그렇기에 햄릿이 더욱 마음에 든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다. 참고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전에 오셀로를 읽은 적이 있는데, 햄릿과 서사 구조와 동일한 부분이 많다. 주인공은 외부의 요소에 의해 고뇌에 빠지고, 고뇌 속에서 방향감을 상실해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주인공의 끝없는 고뇌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순간,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책 제목 : 햄릿
저자 : 셰익스피어
출판사 : 유페이퍼
햄릿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계속 성찰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숙부,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에게 복수를 맹세함과 동시에, 섣불리 복수를 하지 못하는 상태. 양립하기 힘든 두 상태의 사이에 놓인 햄릿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상태가 모순적이기에 명쾌한 답은 나올 수 없고, 그렇게 그의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복수를 생각만 하고, 바로 행하지 않는 햄릿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햄릿을 "우유부단하다"로 치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계산적이다"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로서, 민중의 지지를 얻는다. 작중에서도 클로디어스(숙부)는 햄릿은 민중의 지지를 받아 함부로 처형할 수 없다고 말하며, 사고를 통해 그를 없애려고 시도한다. 마찬가지로, 햄릿도 자신이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를 생각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즉, 햄릿은 단순히 한 사람이 아닌, 한 나라의 왕자로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의 복수는 숙부를 죽이는 것만 고려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왕자로서, 그의 복수는 모든 사람에게 정당하게 비쳐야 한다. 복수를 행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이 인정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무턱대고 숙부를 죽였다면, 그는 "결단력 있는 인물"이라고 불리기보다, "복수에 눈먼 사람"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이처럼, 햄릿은 현실적인 요소에 의해 딜레마에 빠진 사람의 표본이다. 복수를 행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섣불리 복수를 행할 수 없다. 이외 바슷한게, 우리도 현실 속에서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맞는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지를 현실적인 요소에 의해 섣불리 선택할 수 없다.
딜레마에 빠진 사람을 제 3자의 시선에서 보면, 왜 맞는 선택지를 당장 고르지 않는지에 대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제 3자는 당사자만큼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현실적 요소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요소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만큼 오래 생각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고, 당사자만큼 깊은 생각을 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나에겐 딜레마가 남한테도 딜레마로 보이기 쉽지 않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는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서, 선택 자체를 내리기 힘든 햄릿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서 그의 마음은 피폐해지고, 결국 이러한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끝나지 않는 딜레마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자는 답을 내지 못하는 사람인, 그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