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결국에 버텨내야 한다
목차
1.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2. 의식의 시작, 무기력
3. 진인사대천명
창업가의 길은 시시각각 변한다.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진행한다. 그리고, 실험에서 배운 바를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정한다. 다시 수정된 방향에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한다. 이러한 싸이클을 반복하다 보면, 첫 시작점과 현재 위치가 다를 수도 있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처음에 미미해서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뒤늦게 그리고 한 순간에 거리를 인지하게 된다. "어? 처음에 내가 생각한 서비스는 이게 아닌데...?"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애초에 가설을 검증하고, 액션 하는 행동 자체가 "나"가 아닌,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정말 솔직하게 '나'의 흥미와 재미를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해 왔을까? 요즘 보어아웃이 찾아왔다. 지금 새롭게 준비하는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같지만, 창업을 시작했을 당시에 내가 하고 싶은 영역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전만큼의 설렘과 재미가 반감됐다. 이러한 감정의 침체는 고객 중심 사고에서 '나'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지만, 가기 싫다고 안 가는 건 비이성적인 결정이다. 그렇기에 내 보어아웃은 지나가는 한풀이에 불과하다. 뭐든 간에 결국 성공한다면, 이 순간은 힘들었지만 이겨낸 경험이 될 것이다. 문득 글을 쓰다가 든 생각인데, 답을 알고 있지만 구차하게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의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닐까?
지난주부터 <시지프 신화>라는 알메르 카뮈의 책을 읽고 있다. "앎"에 대한 카뮈의 견해를 적은 글인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특히, 무기력이 의식을 촉발시킨다는 관점이 크게 와닿았다.
무기력은 기계적인 삶의 행위들 끝에 느껴지는 것이지만, 이것은 동시에 의식도 작동시킨다. 이 무기력이 의식을 일깨우고, 그다음 상황을 촉발시킨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번아웃(Burn-out) 혹은, 보어아웃(Bore-out)이 찾아온다. 뭐든 간에 우리의 심정과 정신을 침체시키며, 삶에 활력을 잃게 만든다. 나도 보어아웃을 주기적으로 느끼는 편인데, 이 현상에 빠질 때마다 자신의 연약함을 비난하곤 했다. 하지만, <시지프 신화>에서 무기력에 대한 해석을 보며, 생각이 다소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보어아웃이 찾아올 때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더 깊게 고찰하곤 했다. 어찌 보면, 번아웃이나 보어아웃은 성장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결국 버텨내고 계속 나아간다.
진인사대천명,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라는 고사성어다. 요즘 들어 이 고사성아가 뇌리에 강하게 꽂혔다. 결과는 얼마나 노력했는지로 결정되지 않으며, 애석하게도 노력과 독립적인 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같은 노력을 했을지라도 운이 찾아온 자는 좋은 결과가 나오는 반면, 운이 나쁜 자는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운은 달콤한 도피처가 된다. 노력을 안 했지만, 운을 탓하며 내 부족한 노력을 자위할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대표님에게 "대표님은 스스로 진정한 창업가라고 생각하세요? 그 이유는 뭔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이렇게 힘든데, 창업가가 아닐 수가 없는 거 같아요"라는 대표님의 말을 들으니, 머리가 띵했다.
"나는 정말 온 힘을 다하고 있을까?"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면, 나태해졌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루틴도 많이 깨졌고, 업무 시간도 줄었으며, 마음이 붕 뜨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빨리, 회복해서 이전의 페이스를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