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빛마저 불태운 울음
<9살에 우주를 잃고 심장에 구멍이 난 소녀의
결핍은 삶의 뿌리가 되어 누군가가 기대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마음 부자 프로젝트>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문장이다.
끊임없는 기록과 내면의 방황은 쓰고 지우고 반복의 갈등 속에 마음을 우주대로 다가가길 희망한다.
60의 나이임에도 상흔의 그림자는 계속 따라다니고 있다.
강렬히 박힌 나의 우주가 떠나던 날 그 모습은 언제쯤 나에게서 떠나 갈런가?
이제는 내 보내고 싶다.
정확히 52년 전 봄 내 나이 9살 아무것도 모르던 마냥 호기심 가득했던 소녀는 눈앞에 펼쳐졌던 하얀 수의를 입고 미소를 머금은 듯 엄마의 임종 모습은 그냥 박혀버렸다.
그 이후 흘러 시간과 수많은 흔들리는 바람은
가지 많은 바람 잘 날 없는 가족들의 산 체험에서 심장의 구멍은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 묻어버리기로 했다.
입밖에 꺼낼 수 없었던 금지어 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단어는 언제나 목구멍에서 올라오기도 전부터
눈물부터 맺히는 단어 그 두자는 내 생애 큰 짐이었고
내 생애 갈망하던 그리운 단어다.
상흔에 비친 그날 햇빛은 유난히
나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지만
하염없는 눈물은 그 눈부심 마저 태워 버렸다.
장례식장이 없던 시절 방안 가득 둘러싸여서 계속 울기만 하던 언니 오빠들 장례를 함께 치러와 주신 지인과 친척분들의 모습은 죽음조차도 모르던 나는 나의 유일한 버팀목 내 우주가 싸늘한 관속으로 입관하는 장면은 그 어린 시선에 충격 그 자체였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온 동네가 걱정을 해주던 그 시절 그림으로 상세하게 그릴 수도 있을 만큼 세월은 지나도 잔영은 남아있다.
모두가 바라보던 그 측은지심의 시선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언제나 불러보고 싶은 그리운 엄마
엄마 아빠와의 인연은 과거 어떤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야속하게 인연을 끊게 만들었을까?
누구나 존재하던 부모, 우주의 그늘에서 사랑받고 살아갈 그 어린 나이에 그 부모마저 신은 나에게서 빼앗아 갔다.
신이 내린 나의 형벌은 과연 무엇을
깨닫게 하기 위한 벌이었는지?
2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나서 맏언니와는 17살 터울로 오빠 언니에게 늘 받기만 하고 자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각자도생 해야 할 시기인데 고아원에 안 버려준 게 정말 큰 은혜이고 감사이며 큰 선물을 받고 자란 신세 그 자체였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2살 때 돌아가셨다던 아버지의 부재로 동정심과 위로는 사치였다.
모두가 살기 팍팍 한 시절에 무조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었다.
언제나 허기가 가득 찬 마음엔 우주를 그리워하고 주위 친구들을 보며 자신을 비하한 시절이었다.
열등감이 뭔지도 모르고
열등감 단어도 모르던 나이
무조건 방어를 해야만 하고 살았다.
엄마가 쌀장사를 하면서 일궈 논 집과 땅은 아버지가 그 당시 복덕방을 하면서 도장도 몰래 파서 다 팔아 치우고 겨우 남은 집 한 채는 자식들 미래가 걱정이 되었을까?
무조건 괜찮은 척 남달리 타고났는지
아니면 살면서 눈치로 터득한 것이었을까?
그때부터 시작된 생과 사의 끊임없는 의문과
정신적 방황은 계속된 가족들의 사망으로
단명하는 집안의 깊고 깊은 숙명을 깨닫게 되었다.
기록하는 삶으로 버틴 나의 고독은
처절한 일상의 올가미로부터 유일한
탈출구가 되었다.
20대 때 큰오빠 큰올케
40대 때 둘째 형부
50대 때 시어머님
60 올해 시아버님 사망까지 다른 사람들은 한 번쯤
겪을 일들을 6분의 죽음을
눈앞에서 직접 겪은 엄청난 일은 결국
끊임없는 마음과의 전쟁 속에 살아남은
내 재산이 되었다.
한 번도 포기 하지 않았던 나의 인생은 나답게
지금부터가 피워낼 시간이다.
<자작시 >
화장실 다녀온 그 이후 / 아다나
그날,
도대체 누가 다녔간 탓이었을까
그날,
그 이후 나와의 대화는 영영 끝이었다
두 분 끔벅이시는 눈동자 속에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싶었을 테이야
9살 철부지 아이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던
눈치가 갑자기 확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 집식구가 한 명 늘어 있었다.
늘 방구석에 24시간 자리 잡은
외로이 말 없던 곧고 곧은 지팡이
천사의 가면을 쓴 채
발이 되어 손이 되어 주며 산책하던
그 시간이 아리도록 콕콕 쑤셔온다
벽 면 빗살 창호지에
누렇게 변해버린 꽃무늬 도배지
병원 냄새나는 약 뭉치 한 줌도
바람에게 물어본다.
그날 다녀간 그 나쁜 놈을
바람에게 전해본다
영원히 못다 핀 시절
꽃피워지길
기록하는 순간은 유일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나의 작은 아지트였다.
외로움으로 물들인 기록은 훗날
치유와 마음의 재보로 남았다.
외롭고 지친 영혼이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빠른 치유 그 기록의 위대함이
사람을 성장시켰다